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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UN본부를 유치하겠다는 시장 후보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UN본부를 유치하겠다는 시장 후보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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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 몇 해 전 충남의 한 시장 후보가 선거 공약집을 발행했는데 그 가운데 세계 무속인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무속인(巫俗人)은 이름 그대로 점을 치거나 굿을 하는 사람들.

그런데 그 시장 후보가 이런 공약을 한 것은 이곳에 유별나게 무속인이 많았고 심지어 집단촌을 이루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 시장 후보는 무속인들이 굿을 부탁하거나 점을 치러 오는 사람들에게 “이번 시장 선거에서는 OO씨가 될 거야” 하고 넌지시 한 마디 하면 득표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이런 공약을 만든 것이다. 말하자면 무속인들에 대한 선심성 공약.

하지만  시장 후보의 공약은 한 쪽만 보고 다른 한 쪽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표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기 마련이다. 그 공약이 발표되자 이 지방 교회 목사님들이 들고 일어난 것.

목사님들과 교회 신자들의 거센 반발에 그 시장 후보는 당황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당선이 유력시 되던 그는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와 같은 코미디 같은 이야기가 지금도 전국 여기저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일어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풀뿌리라고 하는 지방자치선거 문화가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13.8%로 제일 취약한 어느 구청장은 관내 10~12세 초등학교 어린이에게 매월 2만원씩 용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선거를 앞둔 선심성 예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보호자 소득과 관계없이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데 1년에 10억2000만원이 소요된다. 구청 측은 부모님들 양육비 부담을 덜어드리고 어린이들에게 지역경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논리로 중고교 입학축하금, 교복 구입비 등의 선심성 행정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경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선심행정이 보편화되어 득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자 기상천외한 공약으로 표 모으기 경쟁을 하는 곳도 있다.

지난 주, 지방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벌써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들의 포스터가 거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시장 후보는 벽면을 가득 채운 자신의 사진과 함께 ‘UN본부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걸어 놓아 놀랐다. ‘UN본부를 유치하겠다’ ― 오버해도 너무 오버한 것 아닌가? 어떻게 대통령도 아니고 인구 30만의 시장으로서 UN을 끌어올 수 있을까?

만약 시장에 당선되었는데 임기 중 UN본부를 끌어오지 못했을 때는 무어라 둘러댈 것인지도 궁금하다. 어떻게든 일단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내건 공약이라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이것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작전으로 UN을 소환했다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3월 9일 치러진 대선에서도 선거 운동이 이벤트 성향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방선거에까지 그런 불순물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지방자치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것이고, 그래야 유권자들의 자치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31년 째 되는 우리 지방자치, 이제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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