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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의 픽(pick)무비] 내가 모르는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코다'

[이은선의 픽(pick)무비] 내가 모르는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 '코다'

  • 기자명 이은선
  • 입력 202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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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뉴스더원] 지난 3월 27일 열린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의 영예는 션 헤이더 감독의 <코다>에 돌아갔다. <파워 오브 도그>, <벨파스트> 등 시상식 이전부터 유력하게 거론됐던 후보군들을 제친 결과다. 이날 <코다>는 작품상뿐 아니라 각색상, 남우조연상까지 총 3관왕에 올랐다.

<코다>의 선전은 ‘백인 주류들의 잔치’로 비난받아온 아카데미가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다양성을 추구해온 연장선의 결과로도 보인다. 아카데미시상식의 94년의 역사 가운데 여성감독 연출작이 작품상을 받은 것은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허트 로커>(2008),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2020)에 이어 세 번째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트로이 코처는 농인 남자 배우 가운데 최초로 트로피를 거머쥔 주인공이다. 션 헤이더 감독에게 “농인과 청인 사이의 다리가 되어준 션 헤이더 감독은 최고의 커뮤니케이터”라고 칭하며 서로 다른 세계 사이 소통의 힘을 이야기한 그는 <코다>에서 주인공 루비(에밀리아 존스)의 아버지 프랭크를 연기했다.

영화의 제목인 ‘코다’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CODA, Children of Deaf Adults)를 뜻한다.

열일곱 살 루비는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루비의 하루는 잠잘 시간도 부족하다.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아빠와 오빠 레오(다니엘 듀런트)를 도와 새벽마다 고기잡이배에 오르고, 경매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것도 루비의 몫이다.

때로는 병원에 동행해서 알고 싶지 않은 부모님의 성병 문제를 의사와 상의하는 등 민망한 문제들도 해결해야 한다. 언제나 가족들의 귀와 입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사실 루비는 노래에 관심이 많다. 늘 음악과 함께 하며 목청껏 음악을 따라 부르지만 가족들이 그런 루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뿐이다.

짝사랑하는 남학생 마일스(퍼디아 월시-필로)를 따라 충동적으로 합창부에 들어간 뒤, 루비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을 통해 버클리 음악 대학 입학 오디션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루비는 점점 자신의 꿈이 이기적인 것이라 여긴다.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2014)를 리메이크하면서 <코다>는 몇 가지 설정을 바꿨다. 공간 배경은 어촌 마을로 옮겼고, 웃음을 주는 역할로 더 크게 기능하던 남자 형제의 역할을 보다 세심하게 다듬어 농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농인과 청인 아이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생각하게 한다.

루비가 혼자만 청인이기에 가족들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낀다면, 오빠 레오는 루비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부모를 보며 무력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청인 배우들이 농인을 연기했던 원작과는 달리 농인 배우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맡겼다는 점이 <코다>가 원작과는 다르게 가장 크게 달라진 대목이다. 엄마 재키를 연기한 말리 매트린의 경우 <작은 신의 아이들>(1986)을 통해 농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시상식 연기상을 거머쥔 바 있다.

영화는 늘 꿈꿔오던 음악이라는 세계에 다가가면서도 가족들을 저버릴 수 없는 루비의 갈등을 따라간다. 들을 수 없기에, 소리로 만드는 딸과 동생의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가족들의 고민 역시 깊어진다.

루비가 떠나면 가족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부모는 루비를 깊이 사랑하지만 딸의 꿈을 마냥 응원할 수만은 없다.

<코다>가 사려 깊은 영화인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영화는 농인과 청인의 세계를 연결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더 깊숙하게는 나와는 다른 타인의 세계에 다가가고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안의 성장을 바라보는 작품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식을 돌보고 자라게 하는 존재이지만 역으로 자식 역시 부모를 자라게 한다. 언젠가는 새가 안온한 새장을 떠나 날아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그 날갯짓이 영원한 헤어짐이나 단절이 아님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세상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과 온기로 채워진 <코다>가 선사하는 뭉클함은 울림의 깊이가 남다르다. 루비의 콘서트에 초대된 가족이 무대에 선 루비를 바라볼 때, 영화는 가족의 세계가 늘 그러하듯 모든 소리를 지워버린다.

부모는 루비의 목소리를 듣는 대신 루비의 노래에 감동받는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을 바라본다. 루비가 꾸는 꿈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그제야 온전히 이해한 프랭크가 이후 노래하는 딸의 목을 만지며 소리의 울림을 느끼는 순간은, <코다>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다.

<코다>는 앞서 제37회 선댄스영화제 역사상 최초로 심사위원대상, 관객상, 감독상, 앙상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북미에서는 OTT 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 끝에 애플TV+가 2,500만 달러의 금액을 제시하며 글로벌 판권을 차지했다.

이는 선댄스영화제 사상 최대 규모의 배급 계약이며, 이후 <코다>는 애플TV+ 작품으로 소개됐다. 애플의 오리지널 제작 작품이 아니기에 수입사가 먼저 판권을 구매한 국내와 일부 국가들에서는 극장 개봉을 거친 후 IPTV 서비스 등으로 소개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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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오 2022-04-09 06:16:01
이은선기자님의 깊은 해설로 코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