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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이 문화 픽.업가이드] 조선 남성들이여 들어라

[장두이 문화 픽.업가이드] 조선 남성들이여 들어라

  • 기자명 장두이 기자
  • 입력 2021.12.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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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더원=장두이 기자] 우리나라 첫 여류 서양화가이자 문학가, 근대 신여성의 효시이면서, 여권운동의 출발을 알린 나혜석에 대한 연극 <아! 나혜석!!>이 우형태 작, 김명호 연출로 12월 29일(수) 오후 3시 ‘창덕궁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여권운동의 출발을 알린 나혜석에 대한 연극 아! 나혜석!!이 12월 29일(수) 오후 ‘창덕궁 소극장’에서 공연된다.(사진=공연포스터) 
여권운동의 출발을 알린 나혜석에 대한 연극 아! 나혜석!!이 12월 29일(수) 오후 ‘창덕궁 소극장’에서 공연된다.(사진=공연포스터) 

서구 문명이 한반도에 들이닥친 시대 新女性, 나혜석.

1896년 수원에서 태어나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 회화과를 다니며 이미 인간의 평등한 존엄성과 그에 따른 여성의 권리와 역할을 인지하고, 여자유학생 학우회 기관지 <여자계> 발행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조혼을 강요하는 부친에 맞서 ‘여성도 인간이다!’를 외치며 단편소설 ‘경희’(1918)를 발표하고, 귀국 후 3.1운동에 여성들의 참여를 독려하다가, 일경에 붙잡혀 5개월 옥고를 치렀고, 1921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위풍당당 존경할 만한 여성.

만주에 살던 시절 남편 김우영과의 사이에 임신한 아들 김건에 대한 임신, 출산, 육아 경험을 기술한 ‘어머니 된 감상기’(1922)에 “아이는 엄마의 살점을 떼어가는 악마”라고 규정하여 사회적으로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파리 여행에서 만난 최린과의 관계로 이혼하면서 자신의 연애, 결혼, 이혼에 관한 과정과 조선 남자들의 가부장제에 대한 혹독한 질타를 다룬 ‘이혼 글’(1934), ‘신생활에 들면서‘(1935)를 발표해, 조선 사회에 물의 아닌 물의를 일으켜, 점차 주변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극심한 고통을 겪기 시작, 1948년 겨울. 행려병자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다.

“1930년 당시 나혜석이 그린 그녀의 ’자화상‘은 구도, 표현, 색상 등 모두 놀라울 정도다. 당시 이 같은 창조성이 내포된 그림은 단 1점도 없었다. 그녀를 천재 화가라 칭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미술 평론가 이구열)

화가로서 활달하면서 자유분방한 색채의 표현 그리고 솔직하면서 대담한 필치의 글은 곧 그녀의 삶을 대변하는, 세상에 대한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부르짖은 고뇌의 외침과 속삭임이었다.

나혜석의 글 속에 나타난 세상을 향한 웅변을 들어보라.....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하외다.
자기는 정조 관념이 없으면서, 여성에겐 정조를 요구하고 남의 정조까지 빼앗으려고 합디다!”
“조선의 남성들아! 그대들은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만 안아줘도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말이오!”
“여자도 사람이외다!”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라!” 

한국 여성으로서 인간에 대한 존엄과 여권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그녀의 삶과 글 그리고 그림 속에 토해낸, 말 그대로 신여성 사회운동가 나혜석에 대한 삶을 그린 <아! 나혜석!!>을 공연하는 ’소단샘문화예술극단‘(단장 김명호)은 “지금도 여성에 대한 세간의 편견과 아직도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한 준엄한 잣대가 존재한다”며, 이에 대해 항거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하게 됐다고 공연 취지를 밝힌다.

최근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살해, 여성비하를 거듭하는 실상에 하나의 경종이 되리라 생각한다. 

’소단샘문화예술극단‘은 풍류가인(2019), 위풍당당 노자(2020) 등을 공연해 온 극단으로, 이번 공연 출연 배우들 강민자, 한현옥, 정선희, 황명숙, 김복실, 나희순 등 모두 60세가 넘는 실버극단이다.

젊은이들 위주의 공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 공연계에 삶의 연륜으로 축적된 실버 배우들의 매섭고 예리한 분석과 외침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멋진 역사 현장의 架橋 역할을 충실히 해주리라 생각한다.  

하루 밖에 공연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 어려운 시절에 자신의 세계관을 당당히 주장하다 세상을 떠난 나혜석의 강인함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노병은 결코 죽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자취가 밑거름으로 후세에 향기를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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