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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변신은 有罪인가, 無罪인가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변신은 有罪인가, 無罪인가

  • 기자명 변평섭 논설고문
  • 입력 2021.12.0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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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군 출신으로 국영기업체 사장이던 H씨가 전두환 대통령 시절 골프를 했다.

원래 골프 실력이 뛰어났던 H씨는 첫 홀에서 유감없이 솜씨를 보여줬다. 그러자 전두환 대통령이 “아니 근무를 하지 않고 골프만 쳤나?”하고 농담을 던졌다.

농담이지만 대통령의 농담에는 가시가 있음을 눈치챈 H씨는 그다음 홀부터는 일부러 공을 연못에 빠뜨리는 등 연거푸 실수를 범했다. 재빠르게 초보자로 변신을 한 것이다.

또 한 번 그는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그는 또 변신을 한다.

그가 근무하는 국영기업체가 있는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양복점을 찾아 옷을 맞추었는데 최신 유행이 아니라 10년 전 유행하던 스타일로 주문을 한 것이다.

양복점 재단사와 수행 비서가 의아해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대통령은 낡은 옷 입고 검소하게 일하는 공직자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상황에 따라 칠면조 같은 변신을 스스럼없이 했다.

심지어 혼외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가난한 친척의 조카뻘 되는 아이를 입양시킨 것이라고 미화했고, 자서전 또한 자기 과거를 미화시켰는데 특히 월남전에서 큰 전과를 올린 것처럼 분장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불행하게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그의 변신은 무죄가 아니라 불행을 키우는 독이 된 것이다.

아름다운 변신도 있지만 이렇게 사회 정의와 양심을 무시하고 자기 권력욕을 추구하기 위한 변신은 그 찬란한 몸짓과 거침없는 말솜씨로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그런데 이런 인물을 경계해야 하지만 우리는 곁에 가까이 두고서도 그에게 끌려다니기까지 한다. 우리가 이런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인물일수록 중국 사기(史記)에 나오는 ‘계명구도’(鷄鳴狗盜)의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맹상군이란 사람이 군사에 쫓겨 도망을 치는데 성문이 닫혀 탈출을 못 하게 되자 닭 우는 소리를 냈다. 파수병이 닭 우는 소리에 새벽인 줄 알고 성문을 열자 재빠르게 빠져나갔고, 개로 변신하여 도둑질을 하는 등 뛰어난 변신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야기. 앞에 이야기한 국영기업체 H 사장의 변신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인물을 가려낼 수 있을까? 중국 삼국시대 명성 높은 제갈량은 다음 다섯 가지로 그 선별법을 제시했다.

첫째, 의식적으로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옷을 입는 자.
둘째, 동료들과 귀엣말로 속삭이며 능력 있는 사람을 비방하는 자.
셋째, 실현 가능성도 없는 이상론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자.
넷째, 규율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판단하고 선동하는 자.
다섯째, 이익이 되면 적과도 내통하는 자. 그러니까 동서고금을 통해 공동사회의 가치를 망가뜨리는 인물들이 존재해왔다는 이야기다.

위선, 거짓 선동, 말 바꾸기, 얼룩진 자신의 과거도 아름답게 눈물로 엮어내는 변신… 그러나 역사는 무심하게 흐르는 것 같지만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향해 흘러왔고 앞으로도 흘러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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