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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땅이 있는 한, 흙이 있는 한 그의 작품은 계속된다

[리뷰] 땅이 있는 한, 흙이 있는 한 그의 작품은 계속된다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입력 2022.10.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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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임옥상 : 여기, 일어서는 땅'

임옥상 작가. (임동현 기자)
임옥상 작가. (임동현 기자)

[뉴스더원=임동현 기자] 한 작가를 이야기할 때 흔히 '어느 장르의 대표', '어느 주제의 대표' 등으로 '대표'라고 작가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부분에서 뚜렷한 흔적을 남겼고 역사에 남을 작품을 만들었기에 '대표'의 자격을 주고 존경을 표시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대표'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야기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다른 장르, 다른 주제의 작품이 분명 존재함에도 특정 부분으로만 작품 세계가 단정지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리뷰에서 소개한 조각가 문신의 경우도 한국 조각의 역사를 대표하는 작가로 이름을 남겼지만 그의 작품이 조각에만 한정지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회화, 공예 건축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을 했고 각 장르마다 자신의 대표작들을 남겼지만 '한국 조각의 대표'라는 미명 아래 그의 조각만 부각이 된 것이 사실이다.

각종 전시를 통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접하고 비로소 그 작가의 진정한 작품 세계를 깨닫게 되지만 이 역시 전시를 직접 가서 봐야한다는 수고가 따르게 된다.

화가 임옥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이름을 들면 바로 나오는 말이 있다. '민중미술 1세대'. 물론 민중미술에 있어서 그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

하지만 민중미술만으로 그를 단정짓는 것 역시 그를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는 '땅'과 '흙'을 작품의 소재이자 하나의 작품으로 활용했고 그렇게 '대지미술', '환경미술'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지난 2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임옥상 : 여기, 일어서는 땅>. 우선 알아야할 것은 이 전시는 임옥상의 과거 작품들이 중심이 된 전시가 아니며 회고전도 역시 아니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여기, 일어서는 땅'을 만들어 낸 1950년생 작가 임옥상의 현재의 작업, 땅과 흙이 작품으로 살아숨쉬는 현장을 목격하는 전시다.

'흙의 소리'. (임동현 기자)
'흙의 소리'. (임동현 기자)

전시에서 맨 처음 접하는 작품은 2022년 작 <흙의 소리>다. 옆으로 누운 얼굴을 크게 형상화한 이 작품의 한쪽에는 입구가 있다. 그 입구로 들어가면 어두운 공간이 나오고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순간 그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지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흙과 어둠, 그리고 숨소리... 마치 인간의 머릿 속에서 떠오르는 흙의 소리를 듣는 느낌을 이 작품은 주고 있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하는 작품, 바로 2022년 작 <여기, 일어서는 땅>이다. 가로 12m, 세로 12m, 패널 36개를 짜 맞춘 대규모 설치 작업인 이 작품은 지난해부터 파주 장단평야의 논에서 이루어진 작업이었다.

이 작품 역시 '흙'이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가 된다. 나라의 수탈에 분노해 일어선 동학 농민들, 추수가 끝난 땅의 모습, 논에 앉은 이름모를 생명들 등이 흙의 역사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여기, 일어서는 땅'. (임동현 기자)
'여기, 일어서는 땅'. (임동현 기자)

이 작품들은 모두 손으로 만져도 되고 코로 냄새를 맡아도 된다. 흙의 촉감, 흙의 냄새 역시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흙들이 모여만든 '일어서는 땅'을 눈으로만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적어도 작품을 통해서라도 흙을 느끼고 흙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흙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축복임이 분명하다.

이 느낌은 미술관 내 정원인 전시마당에 마련된 <검은 웅덩이>(2022)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1993년에 만든 대형 구상 조각 <대지-어머니> 앞에 지름 4m가 넘는 웅덩이를 파고 거기에 물을 채운 것이 이 작품이다.

'검은 웅덩이'. (임동현 기자)
'검은 웅덩이'. (임동현 기자)

이 웅덩이를 작가는 '숨구멍'이라고 칭하고 있다. 흙으로 표현된 어머니를 만지며 어머니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이 좋다는 팁을 여기에 전한다.

물론 지금의 임옥상을 만든 민중미술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과거 그가 그렸던 회화들과 지금의 회화들과의 만남은 임옥상이라는 작가를 넘어 대한민국 민중미술의 변화를 엿보게 할 수 있는 기회이며 대한민국 헌법을 쓴 병풍은 2016년 '예술인 블랙리스트' 공개 이후 권력과 맞섰던 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임옥상은 스스로 무엇인가로 규정되는 작가이기보다는 '튀는 화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자신도 어떤 길을 가게 될 지 솔직히 모르겠다는 게 그 이유다. 그렇기에 그를 '민중미술 작가'라고 표현하는 건 어쩌면 그의 생각과 배치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 세상에 땅이 존재하는 한, 흙이 존재하는 한 그의 작품은 영원히 계속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전시는 내년 3월 1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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