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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상처뿐인 영수회담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상처뿐인 영수회담

  • 기자명 변평섭 논설고문
  • 입력 202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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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변평섭 논설고문] 1997년 11월 22일, 김영삼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여야 영수회담을 열었다. 아울러 한창 뜨겁게 전개되던 대통령 선거의 후보들도 초청했다.

그래서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조순 총재와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야당인 새정치 국민회의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후보, 이회창과의 경선에 패했으나 불복하고 ‘국민신당’을 창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이인제도 참석했다.

어느 때보다 무거운 얼굴의 김영삼 대통령이 IMF에서 요구하는 협정준수이행을 위한 각서에 서명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배석한 임창열 경제부총리가 부연 설명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국가 부도 사태를 막아야 하는데 IMF 캉드쉬 총재가 약속이행을 보장하는 각서를 요구한다는 설명을 했다.

그리고 IMF는 정부뿐 아니라 정당 대표와 누가 대통령이 되든 IMF 협정을 준수할 것임을 약속하는 뜻에서 대통령 후보들도 서명하라고 요구한다는 말도 했다. 그 무렵 남미 국가 중에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는 정권이 바뀌자 협정을 번복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등 후보들은 ‘경제주권’의 자존심과 앞으로 닥쳐올 대량 실업 사태 등을 들어 더 좀 IMF를 설득하라는 등 주장을 하기도 했으나 결국 모두 서명했다. 정당 대표들도 그렇게 서명했다.

그래서 IMF와 세계은행 등에서 한국의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550억 달러의 지원이 이루어졌고 ‘금 모으기 운동’ 등 국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3년 8개월 만에 IMF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우리 헌정사에서 여야 영수회담으로 일치된 합의와 협치를 이루어내고 특히 대통령 후보들까지 동참한 사례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이와 같은 영수회담 합의와 협치가 자의에서가 아니라 IMF라는 외부 세력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데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역대 대통령들치고 야당과의 영수회담이나 협치를 강조하지 않은 대통령은 없다. 또 야당 대표들도 그것을 주장하지 않은 대표가 없다.

그런데도 IMF 때 말고는 영수회담이나 여야 협치가 이루어진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상처만 안겨주거나 후유증만 크게 한 것이 영수회담이요 ‘협치’였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그의 회고록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7번 영수회담을 했는데 ‘후회와 분노, 그리고 통탄’뿐이었다고 회고하면서 마지막 회담 때는 회담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6년 4월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가졌었는데 그 결과 역시 참담했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었다. 공동정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 파격적인 제안에 박근혜 대표는 어떻게 했을까?

그는 노 대통령 면전에서 단호하게 연정 제안을 거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도탄에 빠진 민생부터 챙기라’고 했고, ‘연정’은 헌법 파괴이며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영수회담이 오히려 여야 불신만 조성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듭 영수회담을 제안하여 그 배경에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윤 대통령 측에서 일 대 일 회담이 아닌 여야 대표들 까지 함께 하는 회담을 주장, 사실상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를 우회적으로 거부한 상태.

더욱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등 검찰수사를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그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 구속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진행되는 마당에 윤 대통령으로서는 영수회담 그 자체가 난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무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강행처리도 영수회담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래저래 우리 정치는 더욱 황폐해 줄 뿐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은 피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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