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황환택의 頂門一針] 천하막무료(天下莫無料), 쥐덫 위의 치즈

[황환택의 頂門一針] 천하막무료(天下莫無料), 쥐덫 위의 치즈

  • 기자명 황환택
  • 입력 2022.09.22 00:0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 옛날 한 나라의 어진 왕이 현자들을 모아 놓고 “백성을 위해 세상의 모든 지혜와 진리를 담은 책을 만들라”고 명한다.

세월이 흐른 후 세상의 지혜를 12권의 책으로 만들어 왕에게 바쳤다. 그를 본 왕이 책을 보니 내용은 좋으나 많다며 책을 줄이라 한다. 

다시 수년이 흘러 한 권의 책으로 줄여 왕에 바치나 왕은 바쁜 백성이 이것을 언제 보느냐며 다시 줄이라 한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현자들은 한 문장을 왕에 바친다. 왕은 크게 기뻐하며 이것을 온 나라 백성에게 알리라 한다. 

“천하막무료(天下莫無料)”. 왕에게 바친 바로 그 문장이다. 말 그대로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뜻이다. 

최근 세계 경제가 심각한 인플레에 시달리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에서는 Fed가 기준금리를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넘어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이는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걱정할 정도다. 그런데 이러한 물가 상승의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상승, 미국과 중국의 대립도 있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걸친 코로나 팬데믹과 금융위기 상황에서 발생한 ‘유동성 파티’가 큰 원인이다. 

즉 경제활동과 관련 없이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것이 문제다. 물론 코로나와 금융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을 위한 자금을 푸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선심성으로 푸는 자금이 문제다. 

최근 전북 김제시에서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일상회복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소득과 무관하게 시민 모두에게 100만 원을 지급했다. 인구 8만이 조금 넘는 이 도시에 800억 원 이상을 푼 것이다. 한 가족이 적게는 4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도 챙겼다. 더욱이 이미 김제시는 3차례에 걸쳐 10만 원씩의 재난지원금을 나눠준 적이 있다. 

김제시만이 아니다. 전남 영광군도 재난지원금으로 100만 원, 경북 경산시와 강원 양양군 등 전국 20여 개 지자체도 적게는 1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지급했다. 

우리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돈데 돈을 주면 싫어할 사람이 없다. 그런데 그 엄청난 예산의 출처는 어디일까. 김제시의 재정자립도는 10.1%다. 전부 국민의 혈세를 선거 공약을 실현하는 것이라 하면서 펑펑 쓴 것이다. 

이 지원금은 결국 모두 빚이다. 그 빚은 주민들이 갚아야 하고 주민이 갚지 못하면 자녀와 손자들이 갚아야 하는 양잿물이 된다. 공짜로 먹은 양잿물이 이로울까.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무려 2196조4000억 원이다. 더욱이 세계에서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3위다. 

이 어마어마한 빚은 결국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우리 아이들과 손자의 등을 휘게 할 것이다. 아무런 경제활동 없이 누구에게나 푼 돈은 양잿물보다 해로울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의 등골을 미리 빼먹으며 희희낙락(喜喜樂樂)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가 말한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말이나 탈무드에서 말하는 ’공짜로 처방전을 써 주는 의사의 충고는 듣지 마라‘는 말은 모두 공짜에 대한 경고다. 

러시아 속담에도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있다’라는 말이 있다. 주민들이 먹는 공짜 치즈가 쥐덫에 올려진 것이거나 양잿물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아, 그런데 못 받은 100만 원에 배가 아픈 것을 보니 나는 역시 소인(小人)인가 보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