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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의 횡단여행] 시대변화에 따라 보이는 얼굴을 보는 여행자의 눈

[전운성의 횡단여행] 시대변화에 따라 보이는 얼굴을 보는 여행자의 눈

  • 기자명 전운성
  • 입력 2022.09.20 16:28
  • 수정 2022.09.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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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전운성 횡단여행가,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뉴스더원] 몇 해 전 중남미를 일주하는 배낭여행 도중 페루 리마의 국제감자센터에서 일하는 후배를  만났다.

마침 일요일이라 그를 따라 비록 작지만 예쁘게 지은 한인교회에 들리며 잠시 여정을 멈추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매월 발행하는 '등대'라는 책 속에 쓰인 글에 시선이 꽂혔다.                                    

이는 시대변화에 따라 사람들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는 18세기에는 민중을, 19세기에는 여성을, 20세기에는 어린이를 발견하고 21세기에는 노인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 글을 읽으며 참으로 시대를 읽는 적절한 혜안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기존에 늘 존재했지만, 그늘에 가려져 그 존재감이 보이지 않다시피 했던 얼굴들이  현실 전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얻는 파푸아뉴기니 원주민. (전운성)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얻는 파푸아뉴기니 원주민. (전운성)

사실, 인류는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직립 인간으로서 두 손을 자유롭게 써가며 간단한 도구와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 오늘날 컴퓨터와 원자력발전 등으로 이어졌음을 생각하면  실로 인간의 두뇌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모르는 놀라운 일이다.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도구와 불을 사용한 이후 이동식 수렵생활은 농경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정착생활로 옮겨진다. 이 때부터 농업생산력이 증대하면서 인구도 증가하여 점차 사회조직을 키워가며 국가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발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이 형성되더니, 급기야 인간이 인간을 부려먹는 노예제로 정착되어 간다.

이후 이를 토대로 하는 노예무역은 가장 오래된 상업의 한 부분이었으며, 이들에 대한 강제노역은 노동의욕 상실로 이어져 생산력을 약화시켰다.  그러나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예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는 더 가혹해지고 있었다. 

동시에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1760년대 이후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에서도 인간이 인간을 경시하는 구조로 확산되면서 노예제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정상적인 육체노동자는 물론이고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임산부와 아동도 하루 15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인 모순은 빠르게 인간다운 삶을 위한 눈을 뜨게 만든다. 그리하여 20세기 전후 짧은 시차를 두고 어느 것이 먼저 나타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 동안 역사의 뒤안길에서 보이지 않던 얼굴들이 부상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는 신들이 영혼을 지배하던 중세시대에서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지닌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는 매어놓고 근대 이후 보이기 시작한 얼굴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 

흑인 노예를 거느린 미국 미시시피 주 농장주 저택. (전운성)
흑인 노예를 거느린 미국 미시시피 주 농장주 저택. (전운성)

먼저 앞서 지적한 것처럼 18세기는 시민이 보이기 시작한다. 즉, 1789년부터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영화 <레미라제블>에서 보았듯이, 당시의 대표적인 절대군주였던 태양왕 루이14세에 대해 국민의회는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며, 주권은 왕이 아닌 국민에게 있다면서 봉건제 폐지와 동시에 인권선언을 한다.

이는 근대시민사회를 형성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되어 봇물 터지듯 여러 나라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그동안 억압 속에 기를 펴지 못하던 얼굴들이 역사의 전면에 나타나는 계기였다. 

19세기 초에는 노예가 보이기 시작했다. 영국은 1807년 노예무역, 1833년 노예제를 폐지한다. 이는 인도주의적인 개혁운동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로 확산되며,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의 주요 이슈가 된다. 

그리고 19세기 말엽에는 1830년대 중반부터 노동자들이 선거권 획득을 위해 차티스트 운동을 전개하더니, 1889년 5월1일을 노동자의 날로 정하는 등 노동자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20세기 초에는 여성과 어린이가 또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영국의 여성참정권 획득을 위한 운동이 19세기 후반부터 시작하더니, 1918년 의회가 30세 이상 여성에게 참정권 허용하면서 여성의 지위가 차차 높아지기 시작하는 계기에 이른다.  

미국 루이지아나 대학 내 노예박물관에 걸린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노예 모습을 그린 사진. (전운성)
미국 루이지아나 대학 내 노예박물관에 걸린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노예 모습을 그린 사진. (전운성)

한편 우리의 방정환 선생은 1922년 5월1일 어린이날 7개 조항을 발표한다. 그 가운데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쓰고 부드럽게 대하라는 등 아동인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1924년 국제연맹은 제네바 어린이 권리선언을 하는 등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너무 늦었지만, 20세기 말엽에는 인종문제의 끝이 보였다. 호주의 백호주의에 이어 1994년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된다. 이는 그렇게 오래 지속되던 얼굴색으로 가르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노인과 장애인도 보이기 시작한다. 점차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이들이 처한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미래사회를 논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공식적으로도 유엔은 1981년에는 세계장애인의 해로 선포하고, 1990년 10월1일을 국제노인의 날로 제정한다. 

자, 그러면 현재는 어떤 얼굴인가? 즉,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면서 인간 본연의 얼굴보다도 인간과 함께 지내는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노예들을 송출하기 위해 노예경매를 하던 자리에 세운 탄자니아 잔지바르섬의 참회의 교회. (전운성)
노예들을 송출하기 위해 노예경매를 하던 자리에 세운 탄자니아 잔지바르섬의 참회의 교회. (전운성)

우선 반려동물이다. 실제로는 오래전부터 동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기 시작했으나, 최근 반려동물 복지권 개념이 우리 의식 속에 각인되면서 동물이 상해 및 질병이나 갈증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한 상태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자는 분위기다.  

동시에 세계환경생태가 지구의 얼굴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1972년 유엔은 세계환경의 날 등을 제정하나 우리에게 절박하게 다가온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그만큼 최근의 누적된 자원낭비와 환경파괴는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돌아오는 것이 확연히 보이기 시작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끝으로 가장 최근 미래의 얼굴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로봇얼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앞으로 로봇이 인간과 어떤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대한 다양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는 것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시대변화에 따라 새로운 얼굴이 보였다고 해서 그들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풀기 어려울 정도로 쌓인 얽히고 섞인 면도 많음을 본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하며 여행을 하다가 보면, 시대흐름에 따라 보이기 시작했던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같은 한사람의 여행자 임에도 어떤 나라에서는 미래에서 온 사람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과거에서 온 사람 등으로 달리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인류문명이 전세계 고루 발전한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문명의 발전 차이가 벌어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행길에서 만난 빈곤과 기아문제로 허덕이는 나라의 경우 시대변화를 리드하는 얼굴보기가 쉽지 않음을 볼 수 있었다. 

즉, 그 길이는 인류역사 만큼이나 길게 늘어져 있음을 여행에서 만날 수 있다. 여행은 그야말로 타임켑슐을 타고 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것을 함축적으로 설명했다고 보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 <총균쇠>에서 "문명에는 우열이 있으나,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라는 말이 지닌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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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2022-09-22 12:03:27
인류사를 관통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인종, 성, 빈부의 차이에 따른 격차를 해소하고 인류의 보편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음에 성원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한 방에 날아갈 위험에 처해 있는 오늘입니다. 푸틴 형님이 핵 버튼을 만지고 있어서...그런데, 타임켑슐 --->타임캡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