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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처세(處世)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처세(處世)

  • 기자명 장원섭
  • 입력 202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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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장안대학교 교수,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장안대학교 교수,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 공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노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방문했다. 사당 안에는 환공이 평소에 쓰던 물건을 진열하고 있었다.

환공의 위패(位牌) 오른쪽에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놓인 그릇(欹器)이 보였다. 공자가 이상하게 여겨 묘지기에게 물었다.

“이건 무슨 그릇인가?”

“환공께서 평소 앉는 자리 곁에 놓아두었던 그릇(宥坐之器)입니다. 속이 비면 지금처럼 기울어 있다가 물을 부어 중간쯤 차면 바르게 섭니다. 그러다가 물이 가득 차면 다시 엎어집니다. 환공께서는 이것을 보며 늘 가르침으로 삼으셨습니다.”

공자가 제자 자로(子路)를 시켜 그릇에 물을 붓게 했다. 과연 묘지기의 말대로였다. 공자가 탄복했다.

“아! 가득 차고도 엎어지지 않을 물건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자로가 물었다.

“가득 찬 데도 그것을 지키는(持滿) 방법이 있습니까?”

“따라내어 덜면 된다. 높아지면 내려오고, 가득 차면 비우며, 부유하면 검소하고, 귀해지면 낮추는 것이다. 지혜로워도 어리석은 듯이 굴고, 용감해도 겁먹은 듯이 하면 된다. 말을 잘해도 어눌한 듯하고, 많이 알더라도 조금밖에 모르는 듯이 해야 한다. 늘 가득 차지 않도록 덜어내려 힘쓰며 끝까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공의 묘당에 놓인 그릇은 원래 농사에 쓰는 도구였다. 물을 받기 쉽게 약간 비스듬하게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물이 어느 정도 차면, 기울었던 그릇이 똑바로 선다. 그릇이 가득 차면 훌렁 뒤집히며 받았던 물을 반대편으로 쏟아낸다. 오늘날 물레방아와 비슷한 원리다.

환공은 이 그릇을 자기가 앉는 자리 오른쪽(座右)에 두고 매일 드나들 때마다 그릇을 보면서 그것이 주는 교훈을 되새겼다. 정사(政事)를 보면서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바른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했다. 여기서 유래된 것이 바로 ‘좌우명(座右銘)’이다.

사람들은 항상 가득 차서 엎어지기 직전인데도 욕심을 부린다. 작은 이익에도 눈을 부라리고 하나라도 더 퍼 담으려고 한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뒤집혀 몰락한다. 결국 더 갖고 다 가지려다가 한꺼번에 모두 잃는다. 모든 시비가 이런 작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데에서 나온다.

도연명(陶淵明)이 자식의 소식을 듣고 편지를 보냈다.

“네가 궁핍하여 날마다 쓸 비용마저 마련하기 어렵다고 하니, 이번에 이 사람을 보내 물 긷고 나무하는 너의 수고로움을 덜게 하마. 그도 다른 사람의 자식이니라. 잘 대우해야 한다(此亦人子也, 可善遇之).”
 
자식이 행여 아랫사람이라고 함부로 대할 것을 염려해서 보낸 당부의 글이다. ‘그도 다른 사람의 자식(此亦人子)’이라는 말이 가슴을 후빈다. 그 간단한 말속에 아랫사람을 대하는 그의 처세술이 담겨 있다. 이런 어버이의 간절한 당부를 듣고 자란 그의 자식과 후손들은 선대의 명성을 실추시키지 않고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처세의 기본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데에는 제대로 된 처세(處世)를 제일로 꼽는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남을 잘 대해주면 그 공덕은 곧바로 자기에게 되돌아온다. 우리는 이 평범한 진리를 일상에서 확인하며 산다. 그런데도 내가 그렇게 하는 게 어렵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는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 쉽게 흥분하여 결정하면 곧 후회가 따른다. ‘가득 참을 경계하라. 차면 덜어내라. 자기를 낮추고 남에게 모자란 듯 보여라. 그것이 현명한 처세다.’ ‘지만계영(持滿戒盈)’이라는 성어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늘 말씀하신다. ‘매사에 조심(操心)’하라!’고. 상식이 흔들리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묵직한 저울추가 되는 가르침이 이 네 글자의 행간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인생의 빛깔도 나이에 따라 변한다고 한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던 시간도 지나고 보면 왜 그랬나 싶다. 그토록 사나웠던 욕심도 지나간 덧없는 세월 앞에 자꾸 머쓱해지기만 한다.

지금 내가 앉는 자리 오른쪽에는 어떤 경구(警句)를 두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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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규 2022-09-21 23:45:04
매일 두고 읽어야할 내용입니다!
요즘 사회에 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필요한 가르침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나부터 되세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