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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허튼소리] 대사헌과 검찰총장

[박현수의 허튼소리] 대사헌과 검찰총장

  • 기자명 박현수 기자
  • 입력 2022.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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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본지 편집인
박현수 본지 편집인

[뉴스더원] 조선시대에 사헌부는 나는 새도 떨어트릴만큼 막강한 권세를 누렸다. 백관을 규찰하고 잘못을 탄핵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니 누구도 그 앞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임금도 예외는 아니다. 사헌부 간관들의 꼬장꼬장한 지적질에 절대 권력자인 왕조차도 쩔쩔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직언하는 간관들 때문에 힘들어 하는 왕들의 얘기가 숱하게 등장한다.

이런 사헌부가 처음 등장한 건 대략 고려 충선왕때부터다. 통일신라 시대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은 있었지만 권한은 크지 않았고 힘도 별로였다. 무시하면 그만인 그런 존재였다.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유교가 통치이념이 된 조선에서 사헌부는 막강한 위세를 과시했다. 항간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근거로 관리를 탄핵할 수도 있었다. '내가 듣기에 그러하니 아니라면 증거를 대라'  떠도는 소문을 근거로 이런 터무니없는 탄핵을 해도 처벌받지 않았다.

기록에는 사헌부의 역할로 시정(時政)에 대한 탄핵, 백관(百官)에 대한 규찰, 풍속을 바로잡고, 원억(寃抑)을 펴며, 참람허위(僭濫虛僞)의 금지 등이 나열돼 있다. 말은 어렵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엇이든 마음에 안 들면 질러댈 수 있는 자리다.

사헌부의 대장인 대사헌이 자리를 비우면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하루라도 비우면 관리들의 기강이 무너지고 사정 기능이 망가진다며 빨리 임명해야 한다고 상소가 빗발쳤다. 

당쟁으로 나라가 망해가던 조선 후기에는 정권을 잡은 서인의 무리가 대사헌과 간관을 독점했다. 사헌부의 위세는 강해졌지만 우리편에겐 관대하고 상대에겐 엄격한 '내로남불'의 시초였다.

현대 한국의 관료조직에서 이런 역할을 맡은 조직을 꼽는다면 검찰이다. 경찰도 있고 감사원도 있고 새로생긴 공수처도 있지만 검찰의 역할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런 검찰총장이 벌써 3개월 이상 비어있다. 5월 6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그만둔 후 후임자가 누구인지 감감 무소식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법무장관은 빨리 임명했는데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총장은 없어도 검찰 인사는 이뤄졌다. 조직개편도 했고 각종 권력형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식물총장 얘기도 허수아비 총장 얘기도 없다.

이쯤되면 빨리 총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아우성일텐데 희한하게도 조용하다. 총장이 없어서 반발할 사람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 모두 검사 출신이라서 그럴까.

식물총장이든 허수아비 총장이든 있을건 있어야 한다. '검수완박'으로 통칭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가 줄었다고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중요하다. 

모든게 제자리에 있어야 시스템이 작동된다. 나사 하나가 빠져 있어도 기계는 돌아가지만 삐걱거리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검찰총장은 나사같은 자리가 아니다.  뻐꾸기 우는 사연이야 알 길이 없지만 검찰총장 자리가 4개월 이상 공석인것이 정상은 아니다.

허긴 확진자가 급증하는 코로나19 비상 상황인데도 방역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 역시 4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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