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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 의식, 어디쯤에 있나

[집중취재]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 의식, 어디쯤에 있나

  • 기자명 염채원 기자
  • 입력 2022.08.10 18:38
  • 수정 2022.08.1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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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퇴근길 홍수 피해 직접 보고도 자택서 지시...‘국민은 大실망’
야 “대통령 있는 곳이 곧 상황실? 그럼 NSC 필요 없겠네”
여 “100년만의 호우 피해에 정치 공세로 열 올리는 민주당”

지난 8일 내린 비로 서울 및 수도권은 물바다에 잠겼다(사진=뉴스더원 DB)
지난 8일 내린 비로 서울 및 수도권은 물바다에 잠겼다(사진=뉴스더원 DB)

[뉴스더원=염채원 기자]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가 전체적으로 언덕에 있는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 아파트들이 침수가 시작되더라.”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사고 현장에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 저녁 퇴근길에 눈으로 직접 봤다는 홍수 피해 상황의 심각성은 그의 목소리 톤만으로 지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대야로 물을 퍼붓는듯한 폭우로 서울 등 수도권의 침수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아닌 집에서 ‘전화 지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더구나 이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말을 계속 바꿔가며 '대통령 감싸기'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뿐 아니라 폭우 피해 당사자들,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집에서 전화 지시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수해 현장에 가기 위해 경호팀에 동선 확인 지시를 내렸지만 자택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일대가 침수돼 이동이 불가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헬기 이동도 검토했지만 주민들이 불편할 것으로 판단해 단념했다"고 밝힌 뒤 "대통령이 이동시 경호나 의전에 방해가 될 것으로 판단해 자택에서 ‘전화 지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뉴스를 접한 시민 A(서울시 강남구 학동)씨는 “영화나 연극 볼 때, 빵 사 드실 때는 경호 등으로 교통 혼란을 야기시키면서까지 잘도 다니시면서 왜 하필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이 상황에서 경호와 의전을 문제 삼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광진구에 사는 B씨는 신림동 일가족 3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80년만의 강한 비로 일가족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안일하게 집에서 폰으로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요즘 아무리 재택근무 문화가 퍼져 있다지만 이렇게 중대한 상황에 대통령이 집에서 머물며 지시했다는 것은 해외토픽감 아니냐”고 되물었다.

지난 8일 내린 비로 서울 및 수도권은 물바다에 잠겼다. (사진=뉴스더원 DB)
지난 8일 내린 비로 서울 및 수도권은 물바다에 잠겼다. (사진=뉴스더원 DB)

범야권 “윤 정부 재난대응 총체적 난국” 맹공 펼쳐

정치권, 특히 범야권은 윤 대통령에게 날선 칼날을 들이대며 노골적인 비판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윤석열 정부가 재난대응에 있어 총체적 난국을 드러냈다”면서 “정부는 재난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컨트롤타워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직격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국가재난 상황 앞에 재난의 총책임자이자 재난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비가 와서 출근을 못 했다고 한다”며 “고민정 의원도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대통령실 이전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라는 대통령실 설명에 “그런 논리라면 NSC(국가안보보장회의) 위기관리센터 등은 무슨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컨트롤 타워가 아닌 ‘폰트롤 타워’”라면서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라고 규정했다.

예윤해 정의당 부대변인은 “컨트롤타워 기능이 완비된 청와대를 떠날 때는 용산에 가서도 모든 국가 안보에 아무 문제없이 대처할 수 있다고 하더니, 정작 재난급 폭우가 오자 집에서 전화로 업무지시를 하는 대통령을 어느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냐”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집과 상황실이 다르지 않다는 대통령실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이는 전쟁, 자연재해, 질병 등의 국가 재난 상황이 와도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전화 지시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8일 내린 비로 서울 및 수도권은 물바다에 잠겼다. (사진=뉴스더원 DB)
지난 8일 내린 비로 서울 및 수도권은 물바다에 잠겼다. (사진=뉴스더원 DB)

대통령실·국힘 “국가 재난상황에 무책임한 공격 펼치는 야당” 질타

반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야당이 재난 상황마저도 정쟁거리로 삼고 있다며 무책임한 공격이라고 반격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10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어디에 계셨냐를 가지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무책임한 공격”이라면서 “대통령께서 컨트롤을 하지 않아 어떤 사고가 났나, 사고를 컨트롤 하지 않은 상황이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 수석이 자중했어야 한다는 중론이 일고 있다.

강 수석의 발언은 지난 8일부터 시작된 기록적 호우로 서울·경기·강원에서 10일 오전 6시 기준 9명 사망, 7명 실종에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총 570명과 398세대가 피해를 입었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와도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100년 만의 호우 피해 속에 정치 공세에만 열을 올리느냐”며 “국회 최다 의석수를 가진 제1야당이라면 우선 국회 차원에서 피해 복구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내린 비로 서울 및 수도권이 물바다에 잠겼다. (사진=뉴스더원 DB)
지난 8일 내린 비로 서울 및 수도권이 물바다에 잠겼다. (사진=뉴스더원 DB)

“강우 대응 목표치 100㎜로 늘려야...”

일각에서는 국가재난 사안을 두고 핑퐁식 정치 공방에 앞서 이번 수해를 계기로 강우 대응 목표치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 방재시설의 성능은 30년 이상 빈도의 강우(시간당 95㎜)를 견디는 데 맞춰져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처럼 시간당 100㎜를 넘는 폭우가 내릴 경우 현 기준으로는 목표 강우량 자체가 무색해지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이상기후로 시간당 강우량이 많이 늘어난 만큼 목표 강우량을 상향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우선 하수관거 용량을 시간당 100㎜로 늘려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책으로 양천구 신월동 빗물저류시설(대심도 터널)과 같은 대규모 지하저류시설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9년 준공된 신월동 빗물저류시설은 최대 32만t 저장 규모로 일대 수해를 막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일 관악구 도림천을 방문한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들은 “서울시가 기후변화에 맞는 새로운 중장기 수방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과 같은 대규모 지하저류시설을 전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인구가 많은 일부 지역의 강우 대응 목표치를 95㎜에서 105㎜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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