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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늬만 국제도시, 언어소통이 시급하다

[기획] 무늬만 국제도시, 언어소통이 시급하다

  • 기자명 장철순 기자
  • 입력 2022.08.08 14:38
  • 수정 2022.09.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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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청,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 위한 다양한 정책
유정복 인천시장 "‘영어생활도시’ 공약으로 진정한 국제도시 만들겠다"

외국인들을 위한 바자회. (사진=인천경제청)
외국인들을 위한 바자회. (사진=인천경제청)

[뉴스더원 인천=장철순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가면 거리에서 외국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 대한민국에서 처음 발을 내디딜 당시 송도, 영종, 청라 등 3개 지역의 외국인 수는 415명에 불과했다.

IFEZ가 내년이면 20살이 된다. 외국인들은 2022년 6월 30일 기준으로 6525명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수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인천 송도에는 기후에 관한 기구 등 모두 15개의 국제기구가 있다.

특히 녹색기후금융 클러스터인 GCF(녹색기후기금)는 기금의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조직과 인력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송도 G 타워 9~21층을 사용하는 GCF는 벌써 사무실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014년 정원 48명으로 출범한 GCF는 2018년 정원이 250명으로 증가한데 이어 내년에는 350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임시직을 포함할 경우, 당장 내년부터 500여 명 이상이 GCF에서 근무하게 된다.

인천시는 GCF의 상황을 고려해 우선 3개 층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하고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GCF는 현재 100억 달러 기금 조성을 마친데 이어 추가로 100억 달러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인천시는 녹색기후 기금 관련 금융기관 집적화와 향후 업무 추진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송도 G 타워 인근 1만 8500㎡ 부지에 ‘GCF 콤플렉스’를 오는 2028년까지 지을 예정이다.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33층 규모다.

GCF 기금확대로 후진국들이 이 기금을 활용하기 위해 인천 송도를 찾을 수 밖에 없다. 관련 회의도 수시로 열린다.

GCF는 이달 중에 48개국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종도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

송도에는 외국인 대학생들도 많다.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는 해외 명문대학인 뉴욕주립대(SBU),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 FIT 등 5개 외국 대학과 스탠포드 스마트시티 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총 정원 4500명 학생 중 외국인 수가 346명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영어생활도시 공약. (사진=인천시)
유정복 인천시장의 영어생활도시 공약. (사진=인천시)

인천경제청은 2021년 말 송도, 영종, 청라 등지에 사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를 벌였다.

설문에 참여한 212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어로 최소한의 의사표현이 가능한 사람은 40.1%에 불과했다. 정주 여건 중 가장 불만족스런 부분은 언어(67.5%)다.

외국인들은 한국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아프거나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가장 불편함을 느낀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2020년 외국인 친화적인 송도음식점에 인증제 표지판을 부착했다. 외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 9곳을 선정했다.

이들 음식점 매장에는 영어 메뉴판, 영어 소통 가능한 종업원 배치, 소셜미디어 영어제공 여부 등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을 표시했다. 또 약국 영어표지판 부착사업도 펼쳤다. 

인천경제청이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약국에 영어표기판을 부착한 모습. (사진=인천경제청)
인천경제청이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약국에 영어표기판을 부착한 모습. (사진=인천경제청)

인천경제청은 지난 2020년 송도지역 36개, 영종 18개에 이어 청라지역 10개 약국에도 영어표지판을 달았다. 

이는 약국이름이 한글로만 표시돼 있거나 일부는 한자인 ‘藥(약)’자만 표기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약국을 찾지 못하는 불편을 겪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들 약국에는 ‘PHARMACY’라는 문구와 인천경제청의 로고가 들어간 표지판이 붙어있다.

인천경제청은 개청 20주년이 다가오면서 보다 성숙한 외국인 정주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두바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할 때 송도, 영종, 청라국제도시는 진정한 의미에서 국제도시라고 부르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무늬만 국제도시가 아니라 진정한 국제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언어 소통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러한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풀기 위해 ‘영어생활도시’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인천경제청은 ‘영어 공용화’ 사업을 특색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나 지하철역에서 ‘찾아가는 외국어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공원 등 기반시설물, 약국 영어 안내문을 게시하고, 음식점 영어인증제도 추진하고 있지만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7년 2월 인천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를 선언한 적이 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 호텔, 테마파크 등지의 종사자는 물론이고 모든 시민이 영어로 말할 줄 아는 도시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시는 2009년 세계도시축전, 2014년 아시안게임 등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 프로젝트를 밀어 붙였다.

인천시는 이에 따라 각 실·국, 인천시 산하기관, 시 교육청이 나서 4개 분야 63개 사업을 2020년까지 추진하기로 하고 2014년까지 먼저 2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하철 역사와 연결되는 지하도 상가 점포 등에 영문표기 간판을 설치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상품 가격을 달러로 환산표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각종 공원, 대중교통 등에는 국·영문 혼용간판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외국인 크리에이터가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인천경제청)
외국인 크리에이터가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인천경제청)

송도국제도시 곳곳에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거리와 광장을 조성하고, 국제교류센터는 국제교육원을 운영하고, 매년 영어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했다.

시 교육청은 우수한 영어교사와 원어민 보조교사를 확보, 영어수업 강화와 지역 계층 간 영어격차 해소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인천시의 강력한 정책 의지는 영어관련 업계, 시민, 학교, 공직사회 등에도 파급력 있게 확산했다. 학원마다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몰렸고, 영어 붐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영어 프로젝트는 ‘반짝 쇼’로 끝났다.

추진 과정에서 정치권의 개입으로 파열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어자유도시를 전담할 국제교육원의 설립을 두고 송도와 계양 등이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결국 국제교육원 설립과 관련한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은 표류하기 시작했고, 동력을 잃게 된다.

그 후 누구도 이 영어 프로젝트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특히 안상수 시장이 3선 도전에 실패한 이후 영어 프로젝트는 완전히 사라졌다.

민선 8기 선거기간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꺼내 든 ‘영어생활도시’ 공약에 대해 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외국인들이 텃밭을 가꾸며 즐거워 하고 있다. (사진=인천경제청)
외국인들이 텃밭을 가꾸며 즐거워 하고 있다. (사진=인천경제청)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과 공약을 공유한 이강구 인천시의원 당선인은 “송도 등 3개 경제자유구역의 국제 도시들이 이름만 국제도시로 외국인이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따르고 있다”며 “과거에 하지 못했던 영어통용도시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인천이 ‘영어생활도시’가 되려면 우선 인천시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지 않으면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힘든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의 마인드 변화가 절실하다.

인천시와 시 교육청이 영어생활도시에 대한 범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어 프로젝트와 관련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계획은 이미 2007년 만들어졌다. 실행을 제대로 못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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