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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상산(常山)의 솔연(率然)처럼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상산(常山)의 솔연(率然)처럼

  • 기자명 장원섭
  • 입력 2022.08.08 00:00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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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 솔연(率然)이라는 뱀이 있다. 중국의 오악(五岳) 가운데 하나인 상산(常山)에만 살면서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전설 속의 뱀이다.

솔연은 행동이 대단히 민첩하고 성질 또한 몹시 사납고 용맹스럽다고 한다. 싸움에서도 지는 법이 없다. 상대가 머리를 때리면 꼬리를 들어 반격하고 꼬리를 공격하면 머리를 틀어 반격한다.

허리를 공격하면 머리와 꼬리가 동시에 달려들면서 반격을 가한다. 그래서 솔연은 적과의 싸움에서 절대로 지지 않는다.

손자(孫子)는 ‘용병에 능숙한 자는 솔연처럼 부대를 지휘한다(善用兵者 譬如率然).’라고 했다. 용병을 잘하는 지휘관은 군대를 마치 솔연과 같이 만들어 조직력과 협동심, 그리고 뛰어난 순발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다.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어도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는 요인은 병사들의 똘똘 뭉친 일체감이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은 오늘날까지 인류 최고의 전투 교범으로서 역사상 어떤 전쟁을 막론하고 현장에서 지휘관들에게 그 탁월한 지혜를 전수해 주었다. 춘추시대 초기에 양쯔강 유역의 작은 오(吳)나라를 여러 나라가 두려워하게 된 이유는 손무(孫武)라는 탁월한 군사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나라 안팎이 너무 뒤숭숭하다. 낸시 펠로시 미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날 선 공방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만 방문을 마친 펠로시 의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정부나 국회 측 인사가 영접하지 않은 것을 놓고 홀대 논란도 제기됐다. 게다가 대통령이 그녀를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한미 동맹을 강조했던 새 정부가 초반부터 외교적으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도 거세다.

그러나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요즘 같은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외교전쟁이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여야 할 것 없이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항우(項羽)는 전장에 도착해 3일분 식량만 지급하고는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부숴버렸다.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병사들은 이제 돌아갈 배도 없고 밥을 지어 먹을 솥마저 없는 절박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병사들은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싸움에서 승리한 청년장수 항우는 마침내 제장(諸將)의 맹주가 되어 영웅으로 떠올랐다. 거록전투(巨鹿之戰)라고 불리는 고사에서 유래된 '파부침주(破釜沈舟)'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라 전체가 어려움에 처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관리 능력이다. 어려움이 닥쳐도 믿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은 위기 때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전쟁에서 져도 도망갈 배가 있고, 식량이 있다고 생각하는 조직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울 리는 만무하다.

위기에서는 조직 구성원의 일체감이 중요하다. 여기서 지면 끝이므로 반드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직만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가족이 똘똘 뭉쳐 있는 가정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노사(勞使)가 하나로 뭉쳐 꿈을 공유하는 회사도 절대 망하지 않는다.

맹자는 “나라가 망하는 건 기상 조건인 천시(天時)도, 지형적 이점인 지리(地利)도 아니다. 바로 조직의 화합(人和)이 깨지기 때문이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고 말했다. 즉, 아무리 철옹성 같은 요새라 하더라도 그 요새를 지키는 이들의 정신적 일체감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 지지율이 24%까지 하락했다. 추락하는 모양새를 보니 브레이크가 없어 보인다. 정권 말기에도 이런 지지율을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은 새 정부가 왜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도록 놔두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장관 몇몇을 둘러싼 인사 문제와 경찰국 창설을 둘러싼 매끄럽지 못한 구조조정 논리, ‘검찰 공화국’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저잣거리의 입방아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전 정권과 다를 바가 없는 소통 부재가 심각한 수준인데도 말이다.

내부 권력 다툼에 매몰되어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으니 안팎으로 비난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 위기 상황을 벗어날 대안을 제시하고 우리 특유의 국민적 응집력에 불을 붙여라. 상하가 한마음으로 뭉쳐 있다면 누가 우리를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싸움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상산(常山)의 솔연(率然)처럼.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바로 보자. 우리가 죽을힘을 다해 싸워야 할 상대는 나라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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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연 2022-08-08 10:32:47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권 때문에 태어난 정부입니다. 1년미만의 정치수업으로 복잡다기한 정치를 하기엔 많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있을 국제정세가 아니지요
윤석열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좀더 관조하며 힘을실어주어야하며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관계자는 주변에 좀더 능력있는 사람을 찾아서 천거하여 잘못하면 죽는다는 결기로 임해야할 것입니다.
대통령 본인은 정말 솥단지 부시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어여 주변 측근의 사람들도 목숨을 내놓을것입니다.
우리같은 세상바뀌길 원했던 사람들도 그냥 바라만보고있지 말고 여권에 시정의 조언을 앞장서 올려야될것입니다.
안정된 그날이 올때까지....
Seoung-su, Kim 2022-08-08 07:30:18
내부총질로 서로 상처주고 아파하지말고 상생의 정치를 기대하는건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