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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여름휴가 이후

[김재열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여름휴가 이후

  • 기자명 김재열
  • 입력 2022.08.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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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언론인
김재열 언론인

[뉴스더원] 윤석열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이다. 지난해 6월말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 이후부터 이어온 바쁜 일정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갖는 휴식이다.

대통령의 휴가는 어렵고 꼬이기만 하는 경제 사정과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가볍거나 한가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사흘째인 지난 3일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했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하고, 인근 식당에서 배우들과 식사를 하면서 배우들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모처럼의 휴가 기간에 부인과 연극 한편 보고 배우들의 뒷풀이판에 동참한 일을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도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여론이다. 

윤 대통령은 당초 여름휴가에 지방 휴양지 방문을 계획했다가 이를 취소하고 자택에 머무르면서 향후 정국 구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을 포함한 국정 난맥상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지점인 것이다. 

중소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생활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지경으로 몰리고 있어 여기부터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리고 당정 쇄신과 대통령 자신의 언행에 대한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도처에 지뢰 있음을 모르고서는 아무 일도 못한다.

3일 밤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다. 중국의 전쟁 불사와 같은 위협적인 방해 공세를 물리치고 대만 방문을 감행한 후 오산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펠로시 의장을 영접하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었다. 관련 기관의 의전 담당자조차 전혀 없었다는 것은 펠로시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휴가중”을 핑계로, 외교부는 “펠로시 의전은 국회 소관”이라 주장하고, 국회는 “펠로시측의 의전 요구가 없었다”고 변명했다. “이게 나라냐”라는 유행어 탄성이 나올만 하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끝내 만나지 않았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휴가로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 측도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면담이 불발된 것은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모든 것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어설픈 등거리 외교를 떠올리게 한다. 등거리 외교든 편중 외교든 국익을 위해 지혜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일관성이 있어야 신뢰와 인정을 받는다.

외교적 요인에 대한 상례적인 의전과 접견조차 제대로 못하는 나라가 국격과 존엄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펠로시가 거쳐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일본은 중국 무서워서 어떻게 영접했나.

한국의 ‘중국 눈치보기, 펠로시 패싱’은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이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친중 굴종외교'란 말은 입에 담지 말라"고 했다.  

취임 이후 석달동안 그나마 윤 대통령의 ‘업적’이 있다면 한미동맹의 회복과 강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만든 ‘업적’은 외교 상식에 어긋난 ‘펠로시 패싱’으로 인한 변질 가능성에 우려감이 적지 않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대내외적으로 한미동맹 강화 등 외교정책의 근간에 대한 방향성과 진정성이 의심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불과 두달여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지난 7월 2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7월 넷째주 여론조사 결과 28%로 처음으로 30%선이 깨어졌다. 부정적 평가는 62%였다. 

지난 1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결과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28.9%로 주저앉았다. 부정평가는 68.5%로 집계됐다. 같은 날 발표한 리얼미터의 7월 4주차 여론조사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33.1%로 30%대를 간신히 지켰다. 부정평가는 64.5%였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직무 긍정평가가 처음 30% 아래로 떨어진 시기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 4월 다섯째 주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2년이 지난 2015년 1월 넷째 주에 처음 30%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유례없이 초단기간에 나타난 것이다. 좌파의 집요한 선전 선동이 워밍업 단계인데도 벌써 이 모양이 된 것은 대통령 자신과 당정의 실정, 실언 등 자충수가 거듭됐기 때문이다. 좀더 긴장해야 한다. 언행을 절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집권한 것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단순한 실정 때문만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결연한 국민들의 애국충정이 보태져서 가능했다.

짧고 뜨거운 여름휴가는 끝났다. 윤 대통령은 불과 몇 달전인 대통령 선거전의 결기를 되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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