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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허튼소리] 술 권하는 사회, 도박 빚 갚아주는 나라

[박현수의 허튼소리] 술 권하는 사회, 도박 빚 갚아주는 나라

  • 기자명 박현수 기자
  • 입력 2022.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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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천국 포퓰리즘 지옥

박현수 본지 편집인
박현수 본지 편집인

[뉴스더원] 군국주의 일본의 광기가 한반도를 뒤덮었던 20세기 초의 조선 사회는 암울했다. 일제에 아부하지 않는 지식인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백성들은 하루벌어 하루 살기도 힘들었다. 이런 질식할듯한 당시 사회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 있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라는 단편이다. 주인공인 아내는 남편이 답답하다.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자랑스런 남편이 돈 벌 생각은 안하고 허구헌 날 술만 마시고 한숨 짓는다. 많이 배웠으니 돈도 많이 벌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

참다못한 아내가 술에 취해 밤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도대체 왜 매일 술을 마시느냐'고 따진다. 남편은 대답한다. '내가 술을 마시는게 아니라 이놈의 사회가 나를 술 마시게 한다'고. 그리고 집을 나간다. 아내는 속상하다. '이놈의 사회는 왜 내 남편에게 술을 권할까'

20세기 초반의 조선이 엄혹하고 잔인한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백성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못할 정도의 암울한 사회였다면 21세기 한국 사회는 한탕주의가 온 사회를 뒤덮고 기승을 부리는 '광기의 사회'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2년동안 일부 가진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힘들었다. 직장인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회사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상여금도 반납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세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의 직격탄에 휘청거렸다. 빚을 내봤지만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버거웠다.

전임 정부는 온갖 명분을 들이대며 수백조의 돈을 퍼부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였다. 들어간 돈은 많은데 성과는 없었다. '도랑치고 가재잡자'고 덤볐지만 도랑도 못 치고 가재도 놓쳤다.

살기 지친 일부 국민들은 '영끌'에 '빚투'까지 해가며 일확천금을 꿈꿨다. 코인 등 가상자산이나  주식 등에 매달렸다. 힘든 세상 한방에 바꿔 보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였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코로나 위기로 생계 절벽에 서있는 서민들을 살리겠다며 취약계층 지원대책을 내놨다. 125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겠다고 했다. 신속채무조정프로그램이니 뭐니 그럴듯한 대책은 모두 전시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속담이 있다. 의욕만 앞선 정부가 급하게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으면서 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자들까지 지원대상에 포함 시켰다.  '급히 먹은 밥'꼴이다.

반발이 거세졌다. 빚 얻어 사업하다 실패 했지만 '모든게 내 잘못' 이라며 이것저것 가리지않고 닥치는대로 일을 하며 성실하게 빚을 갚아오던 대다수 국민들은 허탈했다. '그럼 우리는 뭐냐'하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놀란 정부가 그게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지 못한다. 인기 얻으려다 욕만 잔뜩 주워 들었다.

어렵고 힘든 사람 도와주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다. 옥석구분하지 않고 던지고 내놓은 퍼주기 정책이 잘못 됐다는 것이다. 이런 나쁜 표퓰리즘은 국민을 멍들게 한다. 힘들게 일할 필요 없다는 '노동 허무주의'를 부추긴다.

표를 얻기위해 인기를 끌기위해 마구잡이로 돈 퍼주다가 망가진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다음 차례는 우리가 될수도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술 권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도박 권하는 사회는 더 불행하다. 일확천금을 노리다 망가지면 정부가 다 해결해 준다. 이런 사회는 포퓰리즘의 지옥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 바보 만들면 사회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공정과 상식, 정의를 얘기했다. 지금 그걸 기대해도 좋을지 의문이 든다. 우린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불행한 시대의 불행한 시대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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