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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2.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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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 “나는 10만 군사를 길러 淸나라를 쳐들어가려 하오.”

1659년 3월 11일, 효종 임금이 송시열에게 깊은 숨을 몰아쉬며 말하였다. 말하자면 군사를 양성하여 청나라를 치겠다는 ‘북벌’(北伐)을 내비친 것이다. 실로 엄청난 비밀을 밝힌 것.

효종은 세자 봉림대군 시절 병자호란 때 뼈를 깎는 수모를 몸소 겪었다.

아버지 인조가 청 태종 앞에서 이마를 진흙땅에 박고 항복을 하는가 하면 수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포로로 끌려가며 아우성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과 형 소현세자도 청에 끌려가 인질로 8년을 보내며 온갖 치욕을 다 겪었었다.

그러니 왕위에 오르면서 그 한을 풀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내 뜻이 통할 것 같은 송시열에게 ‘북벌’의 입을 열었다.

그러나 송시열은 국가의 기강을 세우고 내실을 튼튼히 하는 게 급선무라고 대답했다. 사실상 ‘북벌론’을 거부한 것이다. 그런데도 역사는 송시열이 효종과 더불어 ‘북벌론’을 이끈 인물로 언급되고 있다.

효종과 송시열의 독대에는 대화를 기록하는 사관도 없었고 내시도 없었기 때문에 구중궁궐에서 나눈 임금과 신하의 대화를 알 수는 없다.

그 ‘알 수 없는 내용’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조작될 수 있고, 변질되기도 했다. 특히 최고 권력자가 입김을 불어 넣으면 완전한 사실(史實)로 포장된다. 노론에 힘입어 임금이 된 정조가 비문에 송시열을 북벌론자로 못 박자 역사는 그렇게 흘러갔다.

송시열이 북벌을 반대하고 내치를 주장했다 하여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당시 취약한 국내 상황으로는 옳은 주장인지 모른다. 문제는 진실의 조작이다. 특히 권력의 힘에 사실이 변곡된다면 그것은 역사에 대한 죄인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국정원이 자신들의 전임 원장인 박지원·서훈 두 원장을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여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수사 진행과정에 따라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2020년 9월 서해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고, 둘째는 2019년 11월에 일어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다.

박지원, 서훈 두 전직 원장의 혐의는 이대준 씨가 월북한 것이 아니라 표류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자료를 삭제 또는 조작하면서 월북의 정황으로 몰고 갔다는 것.

마찬가지로 ‘귀순 어민 강제 북송’도 그들이 친필로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합동 조사 사흘 만에 이들의 신병을 인도하겠다고 북한에 통보했고, 다음날 즉시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북으로 강제 송환된 어부들이 북한에서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와 같은 조치가 인도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 특히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에서 합당한 조치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이 진행될 무렵에는 2019년 11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은을 초청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여서 이와 결부된 해석을 낳을 소지가 있다.

그리고 서해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이나 ‘귀순 어부 강제 북송’ 사건이나 그 마지막 정점에 청와대가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말 그럴까?

효종 임금이 송시열과 북벌을 이야기했을 때는 오늘날과 같은 컴퓨터나 녹음기 같은 전자시설이 없을 때니 비석에 새기는 정조 임금의 뜻 하나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정원, 국방부, 합참, 해경, 청와대… 모두 첨단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어 숨길 수도, 변질시킬 수도 없다.

따라서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이들 두 원장의 혐의가 사실인지, 아닌지 쉽게 밝혀내리라 본다. 그리고 꼭 밝혀져야 한다.

지난주 뒤늦게 밝혀진 강제 북송 어민이 판문점에서 북한 측에 넘겨지는 것을 거부하고 몸부림치는 사진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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