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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아! 한반도여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아! 한반도여

  • 기자명 장원섭
  • 입력 2022.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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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 제(齊)나라 왕이 조(趙)나라의 위태후(威太后)에게 사신을 보내 문안 인사를 전하도록 했다. 사신을 맞이한 위태후는 왕의 서신을 보기도 전에 제나라 사신에게 물었다.

“올해도 별일 없으신가? (歲亦無恙耶), 백성도 무탈하신가? (民亦無恙耶), 왕도 잘 지내시는가? (王亦無恙耶).” 제나라 사신은 불편한 기색으로 되물었다.

“나라에는 왕이 첫째이므로 왕의 안부를 먼저 물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위태후가 얼굴색을 고치며 말했다.

“풍년이 들고 난 다음이라야 백성이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고, 백성이 편안한 뒤라야 임금은 그 지위를 보존할 수 있다. 그 근본부터 먼저 묻는 것인데 어찌 순서가 바뀌었다고 하는 건가?”

제나라 사신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이때부터 나라마다 외교적인 문안 인사로 해(歲)와 백성, 임금의 순서로 ‘무탈하신가?(無恙耶)’를 물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 편에 실린 이야기다.

백성을 잘살게 만들기 위한 군주의 기본 도리와 책무를 강조하는 이 고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우리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몇 번째에 해당할까?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는 요(堯) 임금이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이 되었을 때,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 실상이 궁금했다. 민정을 살피기 위해 미복(微服) 차림으로 거리에 이르렀을 때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잘 살아가는 것은 모두가 임금님의 지극한 덕이네. 아는 게 없어도 임금님이 정하신 대로 따르네. (立我烝民 莫匪爾極 不識不知 順帝之則)”

어린이들의 노랫말에 마음이 흐뭇해진 요 임금은 마을 끝에서 한 노인을 발견했다. 머리가 하얀 그 노인은 우물우물 무언가를 씹으면서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네. 밭을 갈아먹고 우물을 파서 마시니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日出而作日入而息 耕田而食鑿井而飮 帝力何有于我哉)”

배를 두들기고 흙덩이를 치며 즐거워한다는 ‘고복격양(鼓腹擊壤)’의 고사로서 모든 백성이 천하의 태평함을 칭송하며 즐기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백성이 자기 생업에 자족한 나머지 통치자의 존재조차 까맣게 잊고 있으니, 어찌 태평성세라 하지 않으리오. 이 모두가 제위에 오를 때의 초심을 잃지 않은 요 임금의 처신에서 얻어진 결과라 할 것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 「제요편(帝堯篇)」에 실려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했으면서도 정치인들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지난 시절에 저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국민이 다 아는데도 모르쇠로 버틴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우직함(?)도 달라진 것이 없다.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체하는 건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건지 알고 싶다.
 
『상서(尙書)』 「태서(泰誓)」에 “나를 어루만져주면 임금이지만 나를 학대하면 원수다. (古人有言曰 撫我則后 虐我則讐)”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를 잘못하면 임금이 아니라 바로 원수라고 단언하는 대목에서 옛 어른들이 민심의 향배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하는 짓을 보면, 혹시 우리가 저들을 원수로 여기게 되지나 않을까 하여 두렵기까지 하다.

올해는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긴 임진왜란(1592)이 일어난 지 꼭 430년이 되는 해다. 당파싸움으로 소일하며 무능했던 위정자들 때문에 7년 동안 우리 강토는 왜군의 말발굽 아래 철저하게 짓밟혀야 했고, 백성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든 땅을 버리고 떠돌아야 했다.

초토화된 한반도를 두고 진행된 휴전 협상에서도 정작 피해 당사자인 조선은 제외된 채, 명나라와 일본 사이에서 진행되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그때와는 시간상으로 다를 뿐 역학 구도는 거의 비슷하다. 우리나라가 나토 정상회담에 회원국이 아닌데도 초청을 받아 대통령이 참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구촌 이슈의 중심에 있는 상황에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는 여전히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무엇이겠는가? 국익을 위해 갈라진 국론을 한데 모으고 표류하는 민심을 수습하여 나라를 안정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업에 만족한 나머지 통치자의 존재조차도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요 임금의 치세만큼은 아니더라도,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생업에 매달리는 것조차도 불확실한 세상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민생고에 시달리는데도 당리당략에 따라 새 판을 짜며 이합집산으로 분주한 남한, 핵 강국을 선언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불투명한 내일이 함께 맞물린 한반도. 장맛비와 불볕더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만큼이나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함 때문에 잠 못 드는 여름밤은 더욱 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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