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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6월의 산하(山河)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6월의 산하(山河)

  • 기자명 장원섭
  • 입력 2022.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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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 “행주치마 씻은 손에 받은 님 소식은 능선의 향기 품고 그대의 향기 품어…(중략)… 전해주는 배달부가 싸리문도 못 가서 북받치는 기쁨에 나는 울었소.”

6·25전쟁 후에 한때 크게 유행했던 “향기 품은 군사우편(노래 유춘산, 1954년 발표)”이라는 노래 가사다. 사립문을 들어서는 집배원을 보고 반가워하는 가족들, 임 소식을 확인한 기쁨과 그리움에 눈물 흘리고, 멀어져가는 집배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그려진다.

서정적인 가사와 서글픈 곡조가 전쟁을 겪은 국민의 가슴을 적시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국민가요로써 전란으로 인한 가족의 이별과 상봉, 아픔과 감격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노래다.

6·25전쟁 국군 전사자 한 분의 신원이 확인되어 전사한 지 71년 만에 그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지난 2008년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에서 발굴된 유해가 14년 만에 유전자분석을 통해 고(故) 김학수 이병으로 확인되었다.

충북 진천군에서 6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국군 5사단 소속으로 1951년 6월 ‘서화리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순을 바라보는 고인의 외동딸 김정순 씨는 “어머니가 어린 나를 재울 때 아버지를 눈물로 그리워하며 부르시던 ‘비 내리는 고모령’의 노랫가락이 아버지와 어머니, 나를 교감시키는 매개체였다.”라고 회상하며 눈물을 훔쳤다.

지금도 휴전선 일대에서는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강원도 철원군 광덕산 상해봉 일대의 유해 발굴조사에서도 지금까지 250여 구의 유해가 수습됐다.

유해 발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습되는 많은 무명용사는 그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대통령의 행보가 국민의 눈길을 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감동적인 장면들이라서 생경하기까지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에 들어 천안함 사건 등 호국영웅과 유족, 그리고 6·25전쟁 전사자 유해를 찾은 보훈 가족과 국가 유공자들을 모시고 각각 오찬을 가졌다.

지난 24일에는 9개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 12명과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 참전용사 13명 등 참전용사와 후손 200여 명, 유엔 참전국 외교사절, 한미 군 주요 지휘관이 참석한 가운데 오찬을 나누며 최고의 예우로 감사를 표했다.

이 행사에는 고(故) 김학수 이병의 딸 김정순 씨와 50여 년 만에 북한을 탈출해 돌아온 국군 참전용사 유재복, 김종수, 이대봉 씨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번영은 국군과 유엔군 참전용사의 피와 땀, 희생과 헌신 위에 이룩된 것”이라며, “그러나 전장에서 산화한 참전용사가 아직도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산하에 잠들어 있다. 지금도 북한에 억류된 채 고통 속에 사는 국군포로도 계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 6·25전쟁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마지막 한 분이 가족의 품에 안기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대통령이 직접 경건한 자세로 이들을 정중하게 최고의 예우로 대하는 등, 이전과는 달라진 정부의 인식과 태도가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감동으로 와닿는다.

‘슬리퍼 에이전트(Sleeper Agent)’라는 말이 있다.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이 꿈을 꾸듯 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북에는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집단에 의해 종북세력의 핵심으로 길러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탈북자들은 변절자××”라면서 막말을 예사로 했고,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북한과 관련된 질문을 하자 화를 내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또, “일부 탈북 귀족들이 정권의 냉전정책을 확대 재생산하는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자생 공산당원’으로 의심받는 사람들로 몇몇 전·현직 국회의원과 정치권 인사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대법원으로부터 ‘종북세력’으로 규정된 자들이 국회의원이 되었던 과정과 그 이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는 한때 심한 충격에 빠져들었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간첩보다 국내에 자생하고 있는 이들 ‘슬리퍼 에이전트’가 더 무서운 존재라고 지적한다.

포화가 멎은 지 7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땅에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경제성장에 열중하면서 민생의 뿌리를 다져오는 동안,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 폭넓게 뿌리를 내린 자생적 공산주의자들을 척결하지 않는 한, 어쩌면 앞으로 우리는 6·25보다 훨씬 더 잔인한 전쟁의 아픔을 겪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호국영령이 지켜온 산하(山河). 7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온 호국영령의 고귀한 죽음을 결코 헛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도 “참전용사들의 우정과 헌신을 대한민국은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恨) 맺힌 산하(山河)가 흘리는 눈물 때문일까? 이 땅의 높고 푸른 하늘도 해마다 6월이 되면 늘 그렇게 뿌옇기만 하다. 가슴 시린 6월은 또 그렇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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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ng-su, Kim 2022-06-27 08:51:39
전쟁속에 가족과 생활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하는 우크라이나국민들의 모습을 뉴스로 접하면서 이름없이 묻혀간 호국전사 영령들을 기억하고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