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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창곤 조각가 "인천에 거석 조각공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획] 김창곤 조각가 "인천에 거석 조각공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 기자명 박평담 시민기자
  • 입력 2022.06.21 17:06
  • 수정 2022.06.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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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출신 김창곤 조각가, 파주에서 9년 동안 거석조각 예술혼 불살라
고교 동창 박은관 시몬느 회장, 물심양면 지원
인천 조각공원 조성 계획 2년째 표류, 지난 18일 '2022 아마니 페스타' 열려

조각가 김창곤씨가 지난 18일 '2022 아마니 페스타' 참석자들에게 조각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평담 시민기자)
조각가 김창곤씨가 지난 18일 '2022 아마니 페스타' 참석자들에게 조각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평담 시민기자)

[뉴스더원=인천 박평담 시민기자] 경기 파주 어유지리에서 연천 전곡으로 넘어가는 '아마니고개'에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영국 스톤헨지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거석 100여 개가 늘어서 있다.

수직으로 세운 높이 4m의 스톤헨지 돌기둥 17개보다 더 많고, 무거운 30~100t의 거석이 평평히 다진 야산지대 1만 1200 ㎡(약 3400평)에 몰려 있다. 

바위들 사이에 항만 하역용 골리앗 크레인, 지게차와 같은 중장비도 있어 마치 채석장 같은 분위기다. 

이런 험난한 석조 작업장에서 김창곤 조각가(67)가 9년 동안 거석들의 본래 모습과 야성을 최대한 살려 조각품으로 다듬고 있다.

성공한 기업가인 고교 동창의 후원에 힘입어 거석 조각공원을 만들려는 꿈을 향해 묵묵히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9년간 조용하기만 했던 거석 작업장에 지난 18일 모처럼 많은 인파와 차량 행렬로 북적거렸다.

산속에서 홀로 조각 작업에만 매달려온 김 작가의 열정에 반한 예술가들이 '예술 품앗이'를 통해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예술축제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피스트, 피아니스트, 바수니스트, 현대 무용가, 대북 연주가, 화가 등 7명의 예술가들이 국내 최초 거석예술제인 '2022 아마니 페스타'를 마련했다.  

산속에서 펼쳐진 '예술 품앗이'

거석 조각작품이 전시된 모습. (사진=박평담 시민기자)
거석 조각작품이 전시된 모습. (사진=박평담 시민기자)

2~3억 년의 연륜이 쌓인 거석과 씨름하는 조각가의 소문을 들은 하피스트 윤혜순 씨가 어느 날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장을 찾았다.

이들은 거석보다 더 커 보이는 조각가의 아우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상도 못했던 현장에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예술가를 보면서 세계에서 유래가 드문 거석 조각의 숭고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첫 방문의 소회를 이렇게 전한다.

윤 씨가 이끌고 있는 음악 앙상블 '더 하프'의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이색 공연을 열어보자고 제안하자 김 작가도 흔쾌히 동의했다.

예술가 7명은 아마니 작업장에서의 예술제 준비를 위해 예술공동체 '아마니 & CO'를 결성했다. 김 작가는 아마니 페스타 무대를 꾸밀 수 있도록 2개월 넘도록 모든 거석 작업을 중단했다.

공연명은 작업장이 있는 지역 이름에서 따왔는데, 김 작가의 작품 주제인 '사랑과 평화'와도 통한다. 아마니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평화'라는 뜻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3명의 하프 연주자를 비롯해 바순과 대북 연주자, 현대 무용가, 음악회회작가 등 7명이 재능 봉사 형태로 아마니 페스타에 출연했다. 

'2022 아마니 페스타' 모습. (사진=박평담 시민기자)
'2022 아마니 페스타' 모습. (사진=박평담 시민기자)

임시 무대, 조명, 음향 등의 장비와 공연 준비를 위한 인력 등 2개월간 들어가는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료 공연을 했다.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하자 순식간에 동이 났다. 조기 매진되자 당초 300석만 초청하려다 100석을 더 늘려야 했다.

본공연은 이날 오후 7시 반부터 시작됐지만, 오후 5시부터 도슨트와 함께 하는 작품 관람이 예약 관람객을 대상으로 1, 2차에 걸쳐 진행됐다. 

김 작가가 이례적으로 도슨트로 나섰다.

그는 "상상도 못했던 예술행사를 작업장에서 열게 돼 너무 뜻깊고 감사하다. 거석을 다루는 고난도 작업은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인데, 친구 후원으로 작업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석 작품을 돌아보면서 김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철학과 정신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돌을 너무도 사랑한다. 작품 내용은 육중한 돌 언어 그 자체로 보면 된다. 돌 재료의 속성고 언어를 손상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가공을 하더라도 우주의 태고적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

달빛 아래에서 펼쳐진 공연은 고혹적이었다. 거석이 전하는 '침묵의 언어'와 '세월의 무게'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하프 솔로와 듀엣, 타악과 하프 듀엣, 바순 솔로, 바순과 하프 듀엣을 번갈아 선보이며 엔리오 모리코네 영화음악 메들리, 끌로드 드뷔시의 달빛, 스페인 춤곡 모음을 들려줬다. 하프, 바순, 타악, 무용이 어우러진 공연이 스페인 춤곡에 맞춰 피날레를 장식했다. 천상의 소리 하프와 나무향 머금은 바순, 심장을 뛰게 하는 북소리가 산울림으로 멋지게 밤하늘을 수놓았다.   

거석에 미친 조각가와 사업가의 조우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김 조각가의 후원자인 박은관 시몬느 회장(67)이 이날 아마니페스타 무대에 올랐다.

경기 의왕시에 본사를 둔 시몬느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 등으로 세계 럭셔리 핸드백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 핸드백 제조사다.

박 회장은 국내외에서 수집한 미술품 등 1000 여점을 소장하고 있어 본사에 별도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또 희귀 핸드백도 많아 서울 가로수길에서 핸드백박물관을 운영하다 경영상의 이유로 얼마 전 철수했다. 

인천 제물포고 동기동창인 두 사람이 거석을 매개로 뭉치게 된 사연을 관람객들에게 전했다. 

9년 전 세계에서 드문 거석 조각공원을 조성하기로 의기투합했고, 이 계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 회장이 물질적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덕분에 김 작가가 조각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천시와 2년 전부터 진행한 조각공원 용지 선정 문제가 아직 매듭짓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인천도시공사가 시행하는 인천 용유도 선녀바위 인근의 노을빛공원 내 7만㎡(약 2만 평)에 조각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박 회장과 김 조각가가 모은 거석 작품 100여 개를 모두 기증하고, 조각공원 내 갤러리와 조각작업공간 등의 시설을 박 회장이 지어 기부채납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공공에서는 조각공원 조성에 필요한 용지를 비롯해 기반공사, 거석 운송비 등을 부담하는 내용이 논의됐으나 2년 넘도록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와의 협의가 진전되지 않아 시몬느 본사가 있는 경기 의왕시와 조각공원 유치 여부를 타진 중이다. 

지난 18일 축제 참석자들이 거석 작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평담 시민기자)
지난 18일 축제 참석자들이 거석 작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평담 시민기자)

아마니 작업장에 있는 거석은 경기 남부 양평의 종합운동장 공사현장에서 이송해온 게 대부분이다. 설악산 흔들바위보다 크기가 큰 화강암이 흙 속에 파묻혀 있다 지반공사 도중 발견된 것들이다.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 과정을 거친 둥근 모양의 핵석(核石·core stone)으로 마치 감자를 캐듯 땅속에서 건져낸 거대한 돌이다.

김 작가는 이 거석들을 '공룡 알'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강원도 강릉에서 출토한 또 다른 거석 7개도 작업장으로 들여왔다.

이들 거석을 운송하는데 40여 대의 트레일러와 20여 대의 대형 트럭이 동원됐다. 거석 운송비와 작업에 필요한 인건비, 운영비만 해도 그간 수십억 원이 투입됐다.

김 작가는 박 회장 도움으로 보석과도 같은 공룡 알을 사들여 꾸준히 조각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마니 작업장에는 전문 조각가와 석공 등 3~4명이 상주해 김 작가를 거들고 있다.

미술 애호가인 박 회장은 '운명적인 짝'인 김 작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 작가는 "걸작이 될지 졸작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액의 사비를 대겠다고 결정한 박 회장은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 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홍대 조소학과와 세계적인 조각 명문대인 이태리 토스카나 국립카라라미술대를 졸업한 뒤 30년 넘게 줄곧 돌 조각만 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카라라대 유학파 출신의 조각가만 해도 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가톨릭대 교수인 김승환 조각가와 해외 조각가 등 카라라대 출신의 여러 예술가들이 이날 아마니페스타축제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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