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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의 픽(pick)무비] ‘한국형 수퍼히어로 무비’를 자처하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매력

[이은선의 픽(pick)무비] ‘한국형 수퍼히어로 무비’를 자처하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매력

  • 기자명 이은선
  • 입력 202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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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뉴스더원] ‘천만 영화’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폭삭 주저앉다시피 했던 극장에 오랜만에 활기가 돈다. 어쩌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건 아닐까 염려했던 풍경이다.

<범죄도시 2>가 세운 천만 관객 기록은 <기생충>(2019) 이후 3년 만이다. 한국 박스오피스 역대 28번째 기록이며, 외화를 제외한 한국영화 기록으로 국한하면 20번째다.

영화는 서울 금천 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의 활약을 그린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인도하는 것. 현지에서 마석도(마동석)와 전일만(최귀화) 반장은 용의자의 수상쩍은 태도를 통해 더 큰 배경이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도망쳐 동남아시아를 돌며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강해상(손석구)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마석도와 형사들은 그를 잡기 위해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작전을 펼친다.

‘괴물 형사’ 마석도를 중심으로 강력 범죄를 소탕하는 줄기는 시리즈의 1편에서 이미 완성된 것이다. 2017년 개봉한 1편은 금천서 강력반이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를 범죄로 물들이던 조선족 폭력조직을 잡아들이는 내용을 다뤘다.

개봉 전에는 <남한산성>, <킹스맨: 골든 서클> 등 추석 연휴 개봉작들 가운데 ‘최약체’로 꼽혔으나, 결과적으로 개봉 엿새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1편은 687만 명을 동원한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5년 만에 돌아온 속편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소포모어 징크스(속편 흥행이 첫번째 작품에 비해 부진한 현상) 마저 가뿐히 부순 이 시리즈의 매력은 뭘까. 뭐니뭐니 해도 중심에는 마석도 형사가 있다.

“얼굴만 보면 형사인지 범인인지” 당최 구분할 수 없지만 범죄를 저지른 인간은 물불 가리지 않고 화끈하게 응징하며 잡아들이는 괴력의 형사.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일어나는 범죄 양상은 눈을 제대로 뜨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지만, 웬만해서는 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마동석 형사가 강력한 ‘우리 편’이라는 데서 오는 안도감은 공포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오히려 적이 잔인하고 강력할수록 그렇다.

위압적인 두께의 체구, 솥뚜껑만 한 손바닥을 휘두르는 마석도의 강력한 따귀 한 방 앞에서는 제아무리 강력 범죄자라도 모두가 나가떨어진다.

“너 혼자야(혼자 왔어)?”라는 상대의 말에 “어, 아직 싱글이야”라고 유머 넘치게 답하거나, “5:5로 돈을 나누자”는 솔깃한 제안 앞에서 “누가 5야?”라고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 마석도는 결코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캐릭터가 아니다. 

오히려 수사 과정에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을 거라는 안정적 믿음을 준다. 마석도는 할 일 제대로 하는 강력한 공권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건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가장 바라는, 일종의 판타지이기도 하다.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시리즈이지만 실제로 마석도의 캐릭터는 판타지에 가깝다. 더 정확하게는 수퍼히어로와 닮아 있다. 1편에서도 강력했던 액션의 설계는 2편에 이르자 수퍼히어로 무비의 그것과 더 엇비슷해졌다.

타격 사운드는 일부러 강화한 흔적이 역력하다. 마석도의 주먹맛을 본 인물들은 거의 장풍을 맞은 듯 날아간다. 중요한 건 <범죄도시> 시리즈가 이 같은 만화적 시도를 부러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장점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극 중 마석도는 어떠한 딜레마도 겪지 않는다. 윤리적 고뇌에 빠질 일도 없다. 그에겐 애꿎은 인질이 되거나 그의 발목을 잡을 부양가족이 없으며,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것” 외에 그의 개인적 일상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범죄도시> 시리즈는 수퍼히어로에 버금가는 마석도라는 인물의 범죄 소탕 활약을 제외하면 그의 캐릭터에 별다른 입체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버린 듯하다.

시원시원한 액션, 악당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정의를 수호하는 주인공. 이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전략이다. 수퍼히어로 무비들이 영웅의 고뇌를 중심으로 점점 더 ‘어둠의 블록버스터’ 노선을 겪는 것과는 다르다.

처음부터 마석도와 그를 연기한 배우 마동석을 구분 짓지 않은 것도 영리한 전략이다. 마석도는 배우가 지닌 육체적 특징과 개성을 극대화해 빚은 캐릭터다. 그것이 한 시리즈의 전략이자 상징이될 수 있으며, 나아가 흥행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새삼 증명해낸 사실이다.

TV 드라마 <히트>(2007, MBC)에서 형사로 출연한 이후 마동석은 강력계 형사들과 사적으로 친분을 이어왔다. 그러면서 수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가 주도적으로 제안해 탄생한 시리즈가 <범죄도시>다.

그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이미 8편까지 구상된 상태다. 3편에서는 마석도 형사가 일본 야쿠자를 소탕하는 이야기를 그린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온통 남자들의 세계였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다 보면 강력반에 여성 형사가 들어오거나, 아니면 강력한 빌런으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상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수트를 입지 않는 ‘한국형 수퍼히어로’ 마석도 형사와 강력반 형사들의 땀내 나는 뜀박질의 긍정적 진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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