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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원리뷰] 조각의 틀을 깬 조각, 변화와 본질의 모순이 보였다

[더원리뷰] 조각의 틀을 깬 조각, 변화와 본질의 모순이 보였다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입력 2022.06.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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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조각충동'

문이삭, A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 문 이후, 2022 (사진=서울시립미술관)
문이삭, A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 문 이후, 2022 (사진=서울시립미술관)

[뉴스더원=임동현 기자] '조각(彫刻)'. 이 두 글자 '조(彫)'와 '각(刻)'은 모두 '새기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조각'은 새기는 일이다. 하나의 덩어리였던 존재를 새기고 깎아 하나의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우리는 '조각'이라고 하고 이를 하는 사람을 '조각가'라고 칭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조각의 재료도 달라지고 깎고 새기는 작업을 넘어 조립하고 세우는 일 역시 조각의 한 형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시대의 변화 속에 조각의 틀을 깨려는 젊은 작가들의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조각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일까?

9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각충동>은 젊은 조각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조각이 변화하는 경향을 살펴보며 조각에 대한 현실적인 담론을 찾아보는 전시다.

"조각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면서 '지금 왜 조각인가'라는 질문을 이끈 동시대 조각의 '변화 지점'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와 자료를 축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것이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이 전시에 참여한 17인의 젊은 작가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상현실 시대'에 조각이 이 시대를 어떻게 감지하고 응답할 지에 대한 자신들의 고민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이들은 각각 '조각인데 조각이 아닌 조각', '이미지, 사물, 데이터, 위치로부터 탈주하려는 조각', '관계 맺는 조각', '존재 조건을 재구성하는 조각' 등으로 조각의 변화를 제안한다.

현대 조각 역사의 원전으로 평가받는 로댕의 <지옥의 문>을 해체해 자신의 작품들로 재해석해 조각의 과거와 현재를 반추해보고(문이삭), 틀과 제약을 벗어나 자유롭게 설치하는 '어린이 조각가'의 초심을 보여주기도 한다(곽인탄).

미륵불의 흔적과 거푸집을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제시하기도 하고(오제성), 압력밥솥, 에어프라이어, 컴퓨터 모니터 등 가전제품의 외곽을 조각으로 재현하고 이를 좌대 위에 올려 하나의 두상으로 표현하가도 한다(최고은).

김주리, 모습, 2022 (사진=서울시립미술관)
김주리, 모습, 2022 (사진=서울시립미술관)

관람객이 직접 계단을 올라 구멍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손을 집어넣어 작품을 만지며 '몸으로 느끼도록' 하는 조각이 있고(김채린), 길가에 방치한 듯 서 있는 공공조각을 알루미늄으로 떠내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조각도 보인다(정지현).

'우리가 알던 조각 작품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각이기보다는 설치미술에 가까운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 포함되어 있다. 

강재원 작가는 자신의 기존 작품을 확대해 1층과 2층을 궤뚫어 배치하고 전시장 안에 포함된 부분만 잘라낸 작품을 선보였다. 이는 조각이 더 이상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 환경을 뚫은 상태에서도 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3D 프로그램을 통해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조각은 미래에 나올 조각의 형태를 우리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강재원, S_crop, 2022 (사진=서울시립미술관)
강재원, S_crop, 2022 (사진=서울시립미술관)

'미래', '해체' 이런 말들이 혹시 어렵게 들린다면 신민 작가의 작품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이 작품의 긴 제목을 먼저 소개한다. <우리의 기도-나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껴안는다 나는 연대한다>

신민 작가는 종이를 잘게 찢어 붙여 사람의 형태를 만들고 흑연과 색연필로 얼굴을 표현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여성들이고 모두 뒷머리에 망을 하고 있다. 표정은 마치 불만과 웃음이 섞여있는 듯하다. 

작가가 표현한 것은 바로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 서비스업 노동자들의 얼굴과 마음이다. 실제 작가는 서비스직 노동자로 생활했으며 작품의 제목은 자신이 했던 기도 내용이었다고 한다.

비싼 재료가 아니더라도, 새기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조각이 가능하고 이 조각이 이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신민, 우리의 기도_나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껴안는다 나는 연대한다, 2022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신민, 우리의 기도_나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껴안는다 나는 연대한다, 2022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이처럼 <조각충동>은 조각의 틀을 깬, 가상현실 시대의 조각의 변화와 조각의 역할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전시다.

하지만 전시를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들을 굳이 '조각'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야했을까? 조각의 틀을 깬다고 해놓고 다시 '조각'을 강조한 이유가 무엇일까? 조각과 설치미술이 과연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전통 조각이 가상현실을 맞아 달라져가는 과정을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담긴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조각충동>의 의미는 충분히 설명된다.

하지만 틀을 깬다고 해도 결국 본질에 맞서야한다는 모순점을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숙제도 이제 작가들에게 주어진 것 같다.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도 마찬가지다.

전시는 오는 8월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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