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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나라가 네 것이냐

[변평섭의 세상이야기] 나라가 네 것이냐

  • 기자명 변평섭
  • 입력 202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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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변평섭 논설고문,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뉴스더원] 민주당 강성당원 모임인 ‘밭갈이 운동본부’는 지난달부터 ‘NO(노) 수박’ 서명을 펼쳐왔다고 한다.

국회의장 선출을 앞두고 당내 중도 온건 정치인들을 수박처럼 겉과 속이 다른 존재로 규정, 의장 경선에서 걸러내자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있을 수 있는 당내 운동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검수완박’을 비롯, 당내 문제가 강성당원들에 의해 폭주해온 ‘팬덤’정치 때문이다.

이들 민주당의 팬덤정치는 수박처럼 속은 빨갛고, 겉은 파란 것을 거부하고, 겉 역시 빨간 수박을 강요하는 것인데, 속과 겉이 다 빨간 수박은 세상에 없다. 그런데도 겉과 속이 빨간 수박만 바란다면 자연의 조화를 거역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속이 노란 수박도 나오고 씨 없는 수박까지 나온다. 다양하다. 

정치도 그렇게 다양한 무늬가 모여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런데도 이들 강성 민주당원(국회의원을 포함)들은 국회의장을 뽑는 데까지 관여하여 겉과 속이 다 빨간 수박을 고르겠다고 나섰고, 의장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도 이들에게 장단을 맞추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나는 속과 겉이 다른 수박이 아니다’라고. ‘내 몸엔 민주당 피가 흐른다’라고.

사실 국회의장은 초당적 입장에서 입법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크고, 그래서 의장 당선과 함께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의장 후보자들은 윤석열 정권의 견제를 선언하며 전투의 갑옷을 입고 나서니 우려스럽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장이 아니라 민주당의 의장, 강성당원들의 의장이 되겠다는 팬덤정치의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영향력은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 처리 과정에서도 잘 나타났다. 47일이나 끌어오던 총리인준 문제를 민주당 의원총회는 ‘찬성’으로 결론 내고 의사당에 입장했으나, 민주당 의원 60명 이상은 의원총회 결정과는 달리 투표장에 들어가지 않았거나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이들 강성 의원들은 국무총리를 아무리 호남 출신이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경제 장관을 하고 국무총리를 했어도 윤석열 정부의 총리로 인정해주기는 정말 싫었던 것이다. 또한 국무총리 임명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자기들 손에 달려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게 자기들 손안에 있어야 했다.

오죽하면 ‘위장 탈당’의 제물이 될 뻔했던 양향자 의원이 ‘제가 입당했던 민주당은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었다’며 ‘지금은 민주도, 혁신도 없이 일사불란하게만 움직이는 군대 같다’고 했을까. 팬덤정치라는 것이다.

2020년 7월 서울 광화문에서 ‘부동산 악법’을 규탄하는 시민집회가 열렸는데, 그때 등장한 구호가 ‘나라가 네 것이냐’였다. 그 이후 ‘나라가 네 것이냐’는 문자가 인터넷 공간에서 실시간 검색어로 상위권에 올랐었다.

또 그 무렵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예산 문제로 홍남기 기재부 장관(부총리)과 민주당, 심지어 정세균 국무총리와도 마찰이 있었는데 이때 정세균 총리가 기재부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역정을 냈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기재부는 머슴임을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노무현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전윤철 씨가 ‘공무원이 국민의 머슴임은 맞다.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의 머슴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맞는 말이다. 기재부뿐 아니라 국가 자체가 국민의 것이지 어느 세력, 어느 계층의 사유물(私有物)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을 착각하여 탈원전으로 국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 ‘조국 사태’와 같은 공정과 정의를 뒤흔들어 지금도 그 江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최강욱 지키기에 나서는가 하면, 위장 탈당의 꼼수까지 써서 의회 정신을 조롱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국회의장 선출에 ‘NO 수박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슬픈 일이다. 정말 여·야 모든 정치인들에게 영화 ‘명량’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아들과의 대화 중 한 말을 권하고 싶다. 충무공이 이렇게 말한다.

“백성이 하늘이다.”

따라서 ‘나라가 네 것이냐?’고 하는 물음에 대해서도 이것이 정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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