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좋은 이웃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좋은 이웃

  • 기자명 장원섭
  • 입력 2022.05.16 00:00
  • 1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 고위 관리였던 송계아(宋季雅)는 퇴직한 후의 생활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며 물색하고 있었다.

마침내 송계아는 여승진(呂僧珍)이라는 사람이 사는 이웃집을 천 백만금이라는 큰돈을 주고 사서 이사를 했다. 큰돈을 주고 집을 샀다는 이야기는 금세 소문이 났고 이웃 집주인 여승진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고작 백만금의 가격에 불과한 집을 천만금이나 더 주고 사들였기 때문이었다.

새로 산 집으로 이사를 마친 송계아가 이웃집 여승진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방문하자 여승진이 물었다.

“허름한 주택인데 왜 그렇게 큰돈을 주고 이사하셨습니까?” 송계아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백만금은 집값이고 나머지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이 되기 위한 값으로 낸 것입니다(百萬買宅 千萬買隣).”

당시 여승진은 성실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덕망이 높았다. 송계아는 좋은 이웃을 만나기 위해 프리미엄으로 천만금을 낸 것이다.

좋은 집의 조건은 다양하지만, 송계아의 집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좋은 이웃이었다. 중국 남북조시대를 기록한 『남사(南史)』에 실린 이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 ‘거필택린(居必擇隣)’이다.

예로부터 ‘사는 곳을 정할 때는 반드시 이웃을 가리라.’는 말이 있다. 옛 어른들은 좋은 이웃을 가까이하기 위해 송계아처럼 집값의 열 배를 더 내고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만큼 인간관계에 있어 소통과 공감을 중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우리 속담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명심보감』 「성심편(省心篇)」에도 ‘먼 곳에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하고, 먼 곳에 있는 친척은 이웃만 못하다(遠水不救近火 遠親不如近隣).’라고 하여 그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자리 잡은 경남 양산의 평산마을. 45가구에 주민 수 100명이 채 되지 않은 작은 시골 마을이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저로 이르는 도로에는 문 전 대통령의 귀향을 찬성과 반대하는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고, 일부 보수단체들은 연일 문 전 대통령 귀향을 반대하는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 완전히 해방된 자유인으로서 평산마을 주민들과 농사도 함께 짓고, 막걸릿잔도 나누고, 경로당도 방문하며 잘 어울리면서 살아보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조용하고 평화롭던 마을 분위기를 아쉬워하며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건 그가 좋은 이웃으로 자리 잡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임을 말해준다.

흔히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행복과 기쁨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에 특별한 왕도가 있을 수 없다. 그저 평소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이웃과 소통하며 매사에 충실하고 성실함을 보여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내 주변에 진실로 좋은 이웃을 가졌다면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내 이웃에게 좋은 이웃인가?”, 또 “내 이웃은 내게 얼마나 좋은 이웃인가?”라는 물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도 아니고 특별한 연고도 없는 양산의 평산마을 주민을 이웃으로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리고 마을주민들은 새로 이사 온 그를 어떤 이웃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세상의 향기 중에 가장 좋은 향기는 ‘사람이 내는 향기’라 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꽃이 내는 향기는 백 리를 가고(花香百里), 술이 내는 향기는 천 리를 가고(酒香千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人香萬里)’라고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人香)가 최고라는 말이다.

사람의 향기는 그 사람이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있느냐에 달렸다. 자기 내면에 가지고 살아가는 꽃(人花)의 유형에 따라 품어내는 향기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향기를 일러 ‘인품(人品)’이라고 한다.

잘 익은 술 향기도 좋지만, 꽃향기와 함께 무엇보다도 내 이웃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의 향기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봄 꽃향기 가득한 집 주변을 걸으며 상념에 잠긴다. 사람의 향기가 더 그리운 계절이다. 나는 지금 내 이웃에게 어떤 향기를 내며 살아가고 있을까?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Seoung-su, Kim 2022-05-16 07:13:48
거필택린, 사람의 향기가 그리운 계절
마음에 새겨지는 문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