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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향기칼럼] 의서(醫書)『의방유취(醫方類聚)』와 장미의 향기

[이은주의 향기칼럼] 의서(醫書)『의방유취(醫方類聚)』와 장미의 향기

  • 기자명 이은주
  • 입력 2022.05.14 08:30
  • 수정 2022.05.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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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은주 아로마테라피스트] 아름다운 5월이 벌써 중순을 지나고 있다. 싱그러운 오월 하면 떠오르는 꽃은 단연 장미꽃이리라. 

‘향기의 여왕’인 장미 에센셜 오일을 얻기 위해서는 장미 원종에 가까운 대표적 품종이며 향기가 강하고 우아한 다마스크 로즈(Rosa damascena)나 캐비지 로즈(Rosa centifolia)의 꽃을 수증기 증류법이나 유기용제법으로 추출한다. 

캐비지 로즈의 학명은 ‘로자 첸티폴리아(Rosa centifolia)’인데 첸티폴리아는 ‘100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캐비지 로즈의 꽃잎은 100장에 이를 정도로 풍성하다. 

캐비지 로즈는 프랑스어로 ‘로즈 드 메(Rose de Mai)’라고 부르는데 ‘오월의 장미’라는 뜻이다. 향기의 도시로 유명한 프랑스의 그라스(Grasse)지방은 5월이 되면 이 ‘오월의 장미’가 만발하여 우아한 향기뿐만 아니라 꽃잎의 아름다운 핑크 빛 덕분에 도시의 공간이 아름답게 채워진다.

‘오월의 장미’라는 뜻(Rose de Mai)을 지닌 캐비지 로즈의 장미수로 만든 스킨 토너. 간단하게 보습제 정도만 첨가하면 손쉽게 장미수 토너를 만들 수 있다.
‘오월의 장미’라는 뜻(Rose de Mai)을 지닌 캐비지 로즈의 장미수로 만든 스킨 토너. 간단하게 보습제 정도만 첨가하면 손쉽게 장미수 토너를 만들 수 있다.

조선 의학을 대표하는 3대 의서 가운데 하나이자, 현존하는 최대의 한의방서인 『의방유취』에도 향 제조법에 관한 설명 중 장미수(薔薇水)가 언급되어 있는데 함께 사용한 재료가 무척 귀한 향료들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의 안상우 박사가 『의방유취』 제향문의 향보에 기재된 ‘경진용연향병자(經進龍涎香餠子)’라는 향제조법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면, 침향과 매화, 치자꽃, 사향 및 용연향이 사용되는데 침향은 가늘게 썰어 아주 곱게 갈아서 장미수에 담가 하룻밤을 묵혀 쓴다는 자세한 설명이다. 

향료의 이름을 듣고 보니 어찌 이보다 더 귀하고 고급스러운 블렌딩을 할 수 있을지 감탄스러울 뿐이다.  

장미수에 대해서는 원나라 때의 온갖 지식을 주제별로 나누어 묶은 동아시아 유서(類書) 중 가장 오래된 문헌 『거가필용사류전집(居家必用事類全集)』을 인용해 특별히 설명해 놓았는데 원나라 때 이미 네덜란드의 무역선을 통해 장미수가 주석 병에 담겨 팔리고 있었다고 한다.

조선 세종대까지의 한의학의 기초이론과 응급, 임상을 91개 분야로 나누어 정리하여 중국과 우리나라의 최신 의학 이론을 집대성한 의서인 『의방유취』에 향 제조법이 언급된 것은 향료의 치유적 효능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의방유취』 권 201 표지. 세종 명편(世宗 命編), 금속활자본(을해자), 1445, 1책, 보물 제1234호, (ⓒ한독의약박물관)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의방유취』 권 201 표지. 세종 명편(世宗 命編), 금속활자본(을해자), 1445, 1책, 보물 제1234호, (ⓒ한독의약박물관)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장미수는 장미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기 위해 증류하는 과정에서 에센셜 오일과 함께 얻어지는 산출물이다. 

증류를 통해 방향성분과 유효성분이 포함된 증기가 냉각코일을 통과하며 온도가 낮아져 액체 상태로 냉각 응축되면 액체는 수용성과 지용성 성분으로 분리되고 지용성 성분인 에센셜 오일은 위쪽에 수용성 물질은 아래쪽에 모이게 된다.

이 수용성 물질을 하이드로졸(hydrosol)이라고 하거나 우윳빛 컬러 때문에 하이드롤라(hydrolat)라고 하며 장미가 꽃이기에 플로럴 워터(Floral water)라고도 한다. 

하이드로졸의 역사는 에센셜 오일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3,000년 이상 동안 사용되어 왔다고 알려져 있다. 

에센셜 오일 산업에서는 전통적으로 하이드로졸을 증류 과정의 부산물로 처리하여 에센셜 오일의 수율을 높이기 위해 재증류하거나 폐기처분 했었으나 하이드로졸의 장점이 점점 알려지며 아로마테라피와 천연 화장품에 사용하기 위한 주요 제품으로 증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증류법에서 얻은 에센셜 오일과 하이드로졸의 성분을 비교해보면 일부 요소는 두 제품에 모두 존재하지만, 비율이 서로 다르고 일부는 에센셜 오일이나 하이드로졸에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두 제품은 독립적인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장미수는 에센셜 오일과는 다른 나름의 장점이 있다. 에센셜 오일처럼 희석할 필요가 없고 자극적이지 않고 순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과 노약자에게 모두 적용이 가능하며 안전하다. 

장미 향기는 진정과 항우울 및 정신고양, 호르몬 분비 조절, 행복감 증진 등의 효능이 있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주며 내면의 정열을 불러일으키는 등 부드러우면서 강한 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한 장미수에는 피부를 활성화하는 작용이 무척 뛰어난 페닐에틸알코올 성분이 에센셜 오일에 비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의 탄력과 유연성 및 주름살 예방에 도움을 주며 모든 연령의 피부 관리에 사용할 수 있다.

에센셜 오일보다 페닐에틸알코올 성분이 다량 함유된 장미수로 만든 천연 화장품. 화장품 이외에도 음식과 음료의 향료, 예민한 눈가 관리 또는 구강 세정제 등 장미수는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의 향기요법 적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에센셜 오일보다 페닐에틸알코올 성분이 다량 함유된 장미수로 만든 천연 화장품. 화장품 이외에도 음식과 음료의 향료, 예민한 눈가 관리 또는 구강 세정제 등 장미수는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의 향기요법 적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향기 연구는 장미에서 시작해 장미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성분이 500가지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미지의 성분이 많다. 

분석한 자료로 만든 인공향이 있다면 과연 천연 장미의 향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비슷할 수는 있겠지만 가공된 향과 미지의 성분까지 포함하고 있는 천연향의 그윽하고 섬세한 향을 우리의 후각은 구별해 낼 수 있다. 

계절의 여왕 오월이 가기 전에, 우리 조상들이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장미수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 받고 피부까지 생기 넘치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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