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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와 통합, 반지성주의

[김재열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와 통합, 반지성주의

  • 기자명 김재열
  • 입력 2022.05.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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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언론인
김재열 언론인

[뉴스더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열린 취임식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차례 언급했다. 취임사의 주제어라 할만큼 자유를 강조하면서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당면한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전 문재인 정권이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빼고 모호한 ‘민주주의’로 바꾼 음모에 대한 명백한 반대이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지난 3.9 대선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대첩이었다. 표수로는 신승이지만 정치사적 측면에선 백척간두의 대첩이라 할 만하다. 민주국가의 평상적인 행사로 보이지만 3.9 대선은 국운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처였다.

윤 대통령은 대선의 의미를 잊지 않은 듯 하다. 승부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취임사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를 전혀 쓰지 않았다. ‘자유'를 35회 언급했고, 다음으로 '시민' '국민'각 15회, '세계' 13회, '평화' 12회, '국제' 9회, '민주주의' '위기' 각 8회를 썼다.

취임식 다음날 첫 출근하면서 기자들 앞에서 그는 "뭐, 어제 취임사에 통합 얘기가 빠졌다고 지적하시는 분들 있는데,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통합의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나는 통합을 어떤 가치를 지향하면서 할 것이냐, 그것부터 얘기를 한 것이다"라고 부언했다.

‘협치’ ‘소통’ ‘야당’도 언급하지 않았다. 통합이나 협치·소통이란 말은 소중하고 좋은 말이지만 우리 정치권에서는 정략적이고 전술적으로 써먹는 상투적인 단어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기심만 가득한 정객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한 실현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명제들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줄기차게 노래해왔지만 허공에 맴도는 것과 같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또 하나의 화두를 던졌다. ‘반(反)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다. 그는 “민주주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반지성주의”라고 했다.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반지성주의’라는 말은 매카시즘을 연구한 미국의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저작 ‘미국의 반지성주의’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책에서 “반지성주의자는 자료나 증거보다 육감이나 감정을 기준으로 사안을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문재인 정권의 정치 행태는 임기 5년 일관되게 반지성주의에 관통해 있다. 최근의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문 정권 핵심들은 반지성주의를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들은 한 후보자의 의혹을 과장해서 조국의 범죄적 행태와 등치화하는 억지를 부렸다. ‘한**’이란 회사 이름을 한 후보자의 딸 이름이라 강변하고 ‘이모(某)’교수를 이모(姨母)라고 주장하지 않나 또 서울대 졸업, 판사 출신의 여성의원은 국회에서 성질내고 고성지르기를 업으로 삼는 듯 관람자로부터 주폭(酒暴) 아니냐는 비아냥을 샀다.

최고 지성들을 모아놨다는 국회 법사위원들의 수준이 이 정도니 국민의 대표란 말이 한심하다.
 
이들을 상대로 협치를 해야 하고 통합을 논의해야 할 지성인들은 오죽하랴.  

섣불리 통합과 협치의 프레임에 걸려들면 답이 없다. 보이스피싱과도 같은 결과를 볼지 모른다. 무슨 불이 타오를지도 모른다.

조국의 교수 시절 자신의 SNS에 써서 화제가 됐던 얘기 한 토막. “고위직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사과'를 한다”면서 "파리가 앞 발을 싹싹 비빌 때 이 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이에 내 말을 추가하자면 '파리가 앞 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 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 놈을 때려 잡아야 할 때이다'"라고 설파했다.

지성의 말이기에 뒤집어 보자면, 선량한 행동이 오해되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역설이다.

도하 각 언론은 윤 대통령에게 국민통합과 협치, 화해의 정치를 주문한다. 언론에 반지성주의자가 적지 않음을, 곳곳에서 주장하는 국민의 눈높이는 제각각 다르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당선 직후 검수완박 파동에서부터 지금까지 강자는 더불어민주당이었다. 먼저 협조해야 할 쪽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무소불위를 애기하지만 윤 대통령은 현재 거대야당의 벽에 막혀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러나 일은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최초 출퇴근 대통령'의 소감을 묻자 "특별한 소감 없다. 일 해야죠"라고 짧게 말했다.

엄정한 법 집행과 정계개편까지 내다보는 광폭의 정치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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