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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칼럼] 돈은 잘버는데 근로자만 희생하는 르노코리아

[김동성 칼럼] 돈은 잘버는데 근로자만 희생하는 르노코리아

  • 기자명 김동성 기자
  • 입력 2022.05.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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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데일리서울 기동취재부 국장
김동성 데일리서울 기동취재부 국장

[뉴스더원] 한 나라의 왕이 라파엘로에게 천장화를 그리라고 부탁했다. 문제는 현장에는 사다리를 붙잡아줄 사람이 재상밖에 없었다. 왕은 즉시 재상에게 그 일을 시켰다. 재상이 발끈한 것 당연지사. 왕은 재상이 머뭇거리자 단 한 마디로 제압했다.

“쓸데없는 말하지 말라. 네 목이 달아나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재상 자리를 맡길 수 있지만, 라파엘로의 목이 부러지면 대신 그려줄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일반적으로는 왕이 라파엘로의 가치를 존중해 재상에게 다소 협박성의 표현을 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본다. 허나 재상의 입장에선 아무리 라파엘로가 천하에 둘도 없는 예술가라고 해도 자신이 파리 목숨보다 더 하찮은 존재라는 데 기가 막혔을 것이다.

게다가 왕은 천장화라는 이익에 정신이 팔려 한 나라의 재상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악덕 기업주가 아닐 수 없다.

잘나가는 르노코리아가 162억원의 순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은 증가하고 임직원 처우는 날로 줄어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노사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파국 가능성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임직원들의 급여는 계속 줄고, 업무강도는 더 세져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회사의 금고는 가득 채워지는 반면 직원들의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117.4% 증가한 2만318대를 판매했다. 유럽 등에서 XM3이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무려 363.9% 늘어난 1만7990대의 실적을 올렸다. 비록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공급 지연으로 내수 판매가 57.4% 감소한 2328대를 기록했지만 수출 호조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돈 잘버는 르노코리아의 성장의 그늘 속에 감춰진 그늘은 임직원 처우 악화다. 지난 2021년 임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계속 떨어지더니 5700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게다가 희망퇴직에 따른 인력 감축으로 일손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회사가 돈에 인색하면서도 업무 강도만 늘린 꼴이다. 노조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사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지출한 급여 총액은 2068억원이다. 2020년 대비 12.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사실상 구조조정인 '서바이벌 플랜'이 작동되면서 해당 기간 르노코리아 임직원 수는 4003명에서 3636명으로 367명이나 줄어들었다.

직원 1인당 평균급여액도 동반 추락했다. 르노코리아의 평균 급여액은 5900만 원으로 줄더니, 지난해엔 5700만 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지난 2019년 2000억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을 올릴 무렵 평균 급여가 6300만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해 보면 불과 2년 새 600만원이나 날아간 셈이다.

결국 르노코리아의 흑자 전환용 긴축 경영은 임직원 감축과 임금 하락, 이에 따른 업무 강도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엮은 꼴이다. 현장에서는 162억원의 순이익 달성이 임직원의 목이 날아간 덕분이라는 자조가 터져 나오고 있다. 순이익의 대가치곤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르노코리아 노조는 전문 기술 인력의 공백 발생으로 일부 부서원들의 경우에는 주 52시간 초과근무로 내몰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노조는 르노코리아가 지난 10년 넘게 감축한 직원 수만 2100명 이상이라는 피맺힌 진실을 폭로했다.

노조 측은 최근 나온 소식지를 통해 "부산 공장은 설립 30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투자가 없어 설비 노후화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차종별 설비 케파 문제로 인해 3교대 운영 검토와 휴게·중식 시간까지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점은 단체협약 사안 위반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측이 계약직 생산 인원 충원을 통해 노조의 불만 사항들을 대응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오히려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노조는 인원감축으로 인한 공백을 비정규직으로 채워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고, 부산공장을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들려 한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드블레즈 대표는 임기 초부터 노사 협력을 중요성을 강조했던 인물이다. 그는 임단협 노사 상견례에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올해 임단협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드블레즈 대표의 희망과 달리 현실은 인원 감축과 근로조건 악화의 악순환이다. 드블레즈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직원들 밥줄 끊기와 쥐어짜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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