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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의 頂門一針] 소탐대실(소(牛)貪大失), 가벼움의 무게에 대하여

[황환택의 頂門一針] 소탐대실(소(牛)貪大失), 가벼움의 무게에 대하여

  • 기자명 황환택
  • 입력 2022.05.12 00:00
  • 수정 2022.05.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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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황환택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뉴스더원] ‘설해목(雪害木)’,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나온 설해목은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나풀거리며 내려 쌓인 하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가지가 부러진 나무를 말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바꾸는 것이 반드시 전쟁, 질병, 과학의 발달만은 아니다. 어쩌면 이렇게 작고 볼 것 없다고 생각한 것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둥글게 만든 것도 무쇠로 만든 정이 아니라 부드러운 물결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은 알렉산더 벨이지만 사실은 훨씬 이전에 독일의 ‘라이제’라는 사람이 벨과 비슷한 전화기를 만들었다. 실용화되지 못한 이 전화기를 분해하여 조사한 결과 전극에 붙어있는 작은 부품이 1/1000인치 다른 위치에 붙어있는 것이었다. 작은 차이로 인해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난 것이다. 

2022년은 선거의 해다. 지난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고 지금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윤석열 당선자와 이재명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는 단 0.73% 차이다. 

단 1%도 안 되는 득표율로 후보 간 당락과 여야가 바뀌었다. 개인의 운명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운명이 이 작은 차이로 바뀐 것이다. 

한 표의 ‘역사적 의미’는 가볍지 않다. 아돌프 히틀러는 1923년 독일 나치당에서 당 서기장을 뽑는 투표에서 단 한 표 차이로 당선됐다. 만약 그가 당선되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은 일어나지 않았고 유대인 600만 명 학살의 재앙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미국의 국어는 영어이고 곧 세계의 언어다. 그러나 1776년 미국은 단 한 표 차이로 독일어 대신 영어를 국어로 채택한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1875년 프랑스는 한 표 차이로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8년 강원도 고성군수 기초단체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후보 2명이 출마했는데 단 1표 차이로 당시 황종국 후보가 당선되었다. 

며칠 전 4일 경찰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해 고발사건과 관련하여 경기도청을 압수 수색하였다. 핵심 내용은 법인카드 사적 이용 의혹 등 관련 고발사건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통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누군가는 이제 무슨 철 지난 대선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이켜 지난 대선의 승패를 가른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자. 부동산 정책 실패, 수천억이 걸린 대장동 사건, 여배우와의 스캔들, 수십억의 뇌물성 자금도 아니었음을 안다. 

지난 대선의 승부는 이 ‘법인카드’에서 결정된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다. 그래도 만약 김 씨가 ‘법카’로 초밥이나 소고기를 사 먹지 않았더라면 이 대선의 결과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천억 대장동에도 별 반응을 하지 않던 엄마들은 내 아이에게 마음대로 먹이지 못한 소고기를 그녀는 ‘법카’로 먹는 것을 보고 분노하였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그 분노가 개인과 정당과 국가의 운명을 바꾸었다. 

그러니 세상을 변화시키고 바꾸는 것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리도 작고 가벼운 것이 될 수도 있음을 다시 배운다. 어찌 작은 것을 작다고 할 수 있으며 가벼운 것을 가볍다 할 수 있겠는가. 작고 가벼운 것의 소홀함이 개인의 운명은 물론이고 나라의 운명까지 바꾸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 북제 유주(北齊 劉晝)의 《신론(新論)》에 수록된 일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작은 욕심에 눈이 어두워져 큰 것을 잃는다는 뜻이다. 

그럼 이런 소탐대실(소(牛)貪大失)은 어떤가. 

소고기를 탐하다가(소(牛)貪) 대통령직을 잃다(大失). 

아, 가벼운 것의 무거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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