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리뷰] "지금까지 한 것만 해도 잘 한거야" 이 말이 듣고 싶었다

[리뷰] "지금까지 한 것만 해도 잘 한거야" 이 말이 듣고 싶었다

  • 기자명 임동현 기자
  • 입력 2021.11.29 17:30
  • 수정 2022.09.26 13:2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 '스프린터'

서울독립영화제 2021 개막작 '스프린터'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2021 개막작 '스프린터' (사진=서울독립영화제)

'Back to Back'. '연이어, 등을 맞대고, 나아가는'이라는 뜻의 이 말은 위드 코로나 속에 지난 25일 개막한 서울독립영화제 2021의 슬로건이다.

코로나로 많은 부분들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혼자가 가 아니라 서로가 '연이어, 등을 맞대고, 나아간다면' 다시 독립영화의 화양연화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이 슬로건은 보여주고 있다.

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최승연 감독의 <스프린터>가 공개됐다. 지난 2016년 <수색역>으로 데뷔한 최승연 감독이 5년 만에 내놓는 두 번째 작품이다.

데뷔작을 만드는 감독들이 나오지만 차기작이 나오기까지 수년간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이번 개막적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걸음 더 전진하려는 독립영화인에 대한 격려인 셈이다.

영화는 육상 100m 트랙에 오르는 세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다. 30대인 현수는 한국신기록을 두 번이나 갱신한 선수지만 현재는 소속팀 없이 홀로 연습하며 마지막 도전을 하고 있다.

20대인 정호는 정상을 향한 압박감에 약물에 손을 대고 10대인 준서는 육상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육상부가 해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록을 단축해야한다.

이들에게는 모두 조력자가 있다. 현수에게는 헬스클럽을 운영하며 묵묵히 현수를 응원하는 아내가 있고 정호에게는 약물 복용에 실망해 그를 냉담하게 대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지켜주려는 코치가 있다.

준서의 육상부 선생은 기록을 단축하려는 준서를 위해 애쓰지만 육상부가 해체되어야 정규 교사가 될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갈등을 겪는다. 

홀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현수(위)와 육상부를 살리고 싶어하는 준서(가운데), 정상의 압박감을 지니고 있는 정호(아래) ⓒ서울독립영화제
홀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현수(위)와 육상부를 살리고 싶어하는 준서(가운데), 정상의 압박감을 지니고 있는 정호(아래) ⓒ서울독립영화제

100m 육상 경기는 단 10초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우승자가 결정되는 것은 물론이고 단 10초에 인생이 바뀌는 상황을 맞이한다. 그 10초를 위해 이들은 10시간, 10일, 10년의 시간을 바친다.

그러나 준서 코치의 대사처럼 마지막은 항상 '울면서 떠난다'. 한국신기록을 경신하고 국가대표가 된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육상은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이고 세계신기록과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달린다. 왜? 그들은 달림으로써 삶의 가치를 찾는다. 그것이 현수가 체력이 떨어지고 동년배들이 코치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선수 생활을 하려하는 이유고 준서가 선생을 졸라 계속 육상을 하자고 하는 이유고 정호가 약물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국가대표가 되려는 이유다. 

"지금까지 한 것만 해도 잘 한거야". "넌 최선을 다 했어". 영화로 보면 자칫 손발이 오그라들수도 있는 대사다. 하지만 <스프린터>에서는 이 대사가 정말 감동적으로 들린다.

우리는 이미 이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고 충분히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이기에 그렇다. <스프린터>는 육상 영화가 아니라 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최승연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첫 영화 <수색역>에서 '아무도 편들지 않는' 청춘들의 아픔을 욕설과 폭력으로 풀어냈던 감독은 5년 뒤 "지금까지 한 것만 해도 잘 한 거야"라는 격려를 전하며 돌아왔다.

거친 시대를 사람과 사람의 따뜻함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스프린터>를 통해 느껴본다. 그리고 독립영화의 새로운 봄도 이 영화를 통해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