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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3년간 대장정, 1000회 고별 음악회로 멈춥니다”

[인터뷰] “23년간 대장정, 1000회 고별 음악회로 멈춥니다”

  • 기자명 이동화 기자
  • 입력 2021.11.26 17:29
  • 수정 2021.12.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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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린, 경기도 안양동안청소년수련관 ’박영린 월요음악회‘ 예술감독

1회 비발디의 사계로 시작, 아스트라 피아졸라의 ‘겨울’로 고별 무대 가져

박영린 음악감독은 23년 동안 안양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월요음악회를 진행해 왔다. 이제 1000회 고별 기념 음악회를 끝으로 그 막을 내린다. Ⓒ 이동화기자
박영린 음악감독은 23년 동안 안양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월요음악회를 진행해 왔다. 이제 1000회 고별 기념 음악회를 끝으로 그 막을 내린다. Ⓒ 이동화기자

[뉴스더원 경기=이동화 기자] “23년간의 장정을 멈춥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1000회를 지속해 왔던 프로그램인데 아쉽죠. ‘재충전’을 위해 쉼의 시간을 가지렵니다.”

안양시 청소년육성재단이 운영하는 동안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리던 ‘박영린의 월요음악회’(이하 월요음악회)가 지난달 25일 1000회 기념 정기음악회를 마지막으로 음악회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코로나19로 축하 자리도 마련하지 못했다.

오는 12월 2일 평촌아트홀 공연장에서 열리는 1000회 기념 무료 초청공연 (사)코리아콘서트오케스트라의 가족음악회가 성대한 잔칫상은 아닐지라도 그 아쉬움을 달래는 자리다. 축하 기념 무대이자, 사실상 고별 무대다.

월요음악회는 1회 때 비발디의 ‘사계’로 그 첫 시작을 알렸는데, 1000회 기념 가족 음악회에서는 아스트라 피아졸라의 사계 중 ‘겨울’을 끝으로 그 막을 내린다.

1999년부터 2021년까지 장장 23년 동안 지속해 왔던 대장정이었다. 그동안 안양지역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문화감수성과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 누적 관객이 6만명을 훌쩍 넘는다.

지난 25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안양예술인센터 (사)코리아콘서트오케스트라 사무실에서 박영린(69) 예술감독을 만났다. 하나의 단일 음악프로그램을 10회도, 100회도 아닌 1000회를 이어온 그에게 23년 동안의 뒤안길을 반추하는 소회를 들어봤다.

청소년수련관에서 클래식 음악회를?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과 시민의 호응,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월요음악회’는 1998년 10월 ‘안양시청소년수련관(현 동안청소년수련관)’을 개관하고 나서 이듬해 4월 개관 기념 ‘특화 프로그램’으로 만든 클래식 음악프로그램이다.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가 갓 조성된 이후였다. 딱딱한 직선의 빌딩군과 잿빛 콘크리트 신도시에서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음악의 선율이 울려 펴졌다. 신도시였기에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던 때였다. 지금은 어디서든 쉽게 음악회를 접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귀한 음악회였다.

월요음악회 공연 모습. 자료사진 제공=박영린
월요음악회 공연 모습. 자료사진 제공=박영린

월요음악회는 당시로는 최신 음향시스템을 갖추고, 음악 영상도 흔치 않을 때 DVD로 클래식 영상을 보여주면서 음악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진행, 큰 호응을 얻었다.

청소년을 타깃으로 1달에 3회는 영상음악회를, 1회는 초청음악회 형식으로 구성했다. 부모가 아이들 손을 잡고 음악회를 찾았다.

매주 월요일 저녁 지역주민과 청소년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 23년 동안 딱 2주 쉬었다. 박 감독의 해외 공연 일정 때문이었다.

그렇게 월요음악회는 안양 지역주민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청소년수련관에서 무슨 클래식 음악회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때는 지금 같은 반듯한 아트센터나 문화재단 같은 인프라도 없을 때였다. 요즘처럼 유튜브도 없던 때였다.

타이틀은 ‘예술감독’, 사실상 재능기부

‘예술감독’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재능기부’를 해온 것이나 진배가 없다. 청소년수련관 조직의 일원은 아니고 소정의 강사료만 받고 프로그램 을 도맡아 이끌어 왔다. 동안청소년수련관을 개관할 때, 박 감독이 특별 프로그램으로 제안해 채택되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송해 선생이 진행한 40년 넘은 장수 방송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는 못 미치지만, 지역에서 클래식 음악프로그램을 23년 동안 여러 난간을 해치고 지속해 온 게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러기에 프로그램 중단 소식은 지역 음악 애호가들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더욱이 전국노래자랑이 방송국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기획 제작 방송된 반면, 월요음악회는 오롯이 예술감독 혼자서 프로그램을 기획 연출했다.

음악회가 끝나면 전문 연주자와 청소년 등 청중들과 대화의 시간도 갖는다. “그 악기는 얼마짜리여요?” “우리 아이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해 줬다.

해설을 곁들인 음악회를 통해 맨토와 멘티의 관계를 형성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고 궁금증을 풀어준 것이다. 그런 청소년 청중 중 지금은 성장해 전문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제일 흐뭇하다고 한다. 그렇게 한 두해가 지나면서 월요음악회는 가족 여가문화를 선도하는 음악회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월 “끝내자”며 멈춤을 결단했다.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활성화할 수도 있었는데라는 회한과 아쉬움도 접었다. 그 ‘허전함’에 1주일을 가슴앓이했다. 자신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할 만큼 했다”며 자신에게 스스로 위로했다.

그런 가을 음악회가 피아졸라의 사계 중 ‘겨울’의 의미처럼 ‘비워야 채울 수 있다’기에 이제, 비우고, 매듭짓는다.

찬바람 거센 겨울 들녘으로 나갈지라도,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채움’을 위해 대장정을 멈춘 것이다. ‘박영린 예술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박영린 음악감독은 23년 동안 안양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월요음악회를 진행해 왔다. 이제 1000회 고별 기념 음악회를 끝으로 그 막을 내린다. Ⓒ 이동화기자
박영린 음악감독은 23년 동안 안양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월요음악회를 진행해 왔다. 이제 1000회 고별 기념 음악회를 끝으로 그 막을 내린다. Ⓒ 이동화기자

 

■박영린 예술감독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거쳐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음악원에서 트롬본을, 이탈리아 페스카라 아카데미에서 관현악지휘를 전공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Orchestra di Fiati di Perugia단원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했으며, Cannale 5 TV 출연, 프랑스 니스축제 연주, 이탈리아 순회연주 등을 통해 고전음악의 정통성과 함께 현대음악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귀국 후 서울대, 전주대, 강릉대 강사와 군산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더욱 완성도 높은 음악활동을 위해 95년 6월 안양권 최초의 전문교향악단인 코리아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자매팀으로 안양챔버오케스트라를 창단했으며 안양청소년교향악단 지휘도 맡고 있다.

(사단법인) 코리아콘서트오케스트라는 1995년 6월 박영린 지휘자를 중심으로 안양권 최초의 전문교향악단으로 창단됐다.

창단직후 광복50주년기념 오페라 ‘안중근’의 서울을 포함한 전국 11개도시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96년 2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연주회를 가진 이후 지금까지 활발한 연주활동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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