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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여행] 아스타국화의 보랏빛 향기에 취하다! 전남 신안 ‘퍼플섬’

[스토리텔링 여행] 아스타국화의 보랏빛 향기에 취하다! 전남 신안 ‘퍼플섬’

  • 기자명 임요희
  • 입력 2021.10.16 00:00
  • 수정 2021.10.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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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섬을 하나로 잇는 바다 위 산책로 ‘퍼플교’
신안 섬의 생태적 특징을 반영한 콘셉트 ‘보라색’
천사대교에 빚진 신안의 섬들

퍼플섬에서는 오는 10월 말까지 ‘아스타 축제 주간’으로 진행한다.
퍼플섬에서는 오는 10월 말까지 ‘아스타 축제 주간’으로 진행한다.

[글·사진 임요희 여행작가] 스페인에 파랑마을이 있다면 국내에는 보라마을이 있다. 안달루시아의 ‘후스카르’가 파랑 일색의 경관으로 인해 ‘스머프마을’로 불린다면, 전남 신안군 안좌면의 반월도, 박지도는 보랏빛 다리로 연결돼 ‘퍼플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적한 여행지를 선호하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여행자가 신안 퍼플섬을 다녀갔다. 이곳의 절경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멀리 미국, 홍콩, 독일에서도 취재진이 방문했으니 퍼플섬은 국내에서 가장 떠오르는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오는 10월 말까지 ‘아스타 축제 주간’이다. 이왕이면 연중 가장 아름다운 때인 이 기간을 이용해 보랏빛 꽃의 바다를 항해해 보자.

수면에 닿을 듯 얕은 다리, 바다 위 산책로 ‘퍼플교’
수면에 닿을 듯 얕은 다리, 바다 위 산책로 ‘퍼플교’

바다 위 산책로 ‘퍼플교’를 걸어보자

목포를 출발한 지 1시간 30분 경과. 내비게이션이 가르쳐주는 대로 꼬불꼬불 한적한 시골 도로를 쉼 없이 달렸다. 소문을 듣고 찾아가는 길이었다. 

과연 이런 깊숙한 섬 구석에 사람을 혹하게 할 대단한 무언가가 볼거리가 있을 것인가, 싶은 순간 눈앞이 환하게 트였다. 시야를 파고드는 보랏빛 꽃물결. 

사람들은 왜 이리 많은지, 대체 어디서 나타난 사람들이란 말인가. 사향은 싸고 싸도 향기가 난다더니, 볼거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사람이 찾아온다는 진리. 

퍼플섬은 신안 안좌면 반월도, 박지도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반월도, 박지도는 두 섬을 합쳐 불과 120명 남짓 모여 사는 아주 작은 섬이다. 섬 내에는 초등학교도 없다. 

1.4km의 바다산책로 ‘퍼플교’는 이름처럼 보라색 다리다. 바닥이 수면에 닿을 듯 얕다.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다.

퍼플교는 섬 둘레길과 연결된다. 반월도 둘레길(5.7km), 박지도 둘레길 (4.2km)을 합쳐 전체를 둘러보는 데 3~4시간가량 소요된다. 반나절 도보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걷는 게 부담스럽다면 마을주민이 손수 운전하는 유료 전동카트를 이용할 수 있다. 

섬 여기저기에 자생하고 있는 꿀풀. 보라색 콘셉트를 제공한 장본인이다.
섬 여기저기에 자생하고 있는 꿀풀. 보라색 콘셉트를 제공한 장본인이다.
섬 전체에 식재한 아스타국화가 보랏빛 향기를 흘리고 있다.
섬 전체에 식재한 아스타국화가 보랏빛 향기를 흘리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퍼플교와 일체감을 이루도록 가옥까지 보라색으로 통일했다.
마을 주민들은 퍼플교와 일체감을 이루도록 가옥까지 보라색으로 통일했다.
퍼플섬 운영진, 마을주민 할 것 없이 보라색 복장 일색이다.
퍼플섬 운영진, 마을주민 할 것 없이 보라색 복장 일색이다.

보라색은 섬의 생태적 특징을 반영한 콘셉트

신안군은 2020년 8월 12일 안좌면의 반월도, 박지도를 퍼플섬으로 선포했다. 퍼플섬의 관문은 안좌면 단도에서 시작되는 ‘문브릿지(Moon Bridge)’. 

반월도(半月島)에서 따온 명칭이고, 퍼플교와 동일한 보라색이다. 380m의 문브릿지는 1.4km의 퍼플교에 비해 길이가 짧다.

퍼플섬, 퍼플교의 보라색은 섬에 자생하는 도라지꽃과 꿀풀의 생태적 특징을 반영한 콘셉트다. 실제로 섬에 상륙하면 들판 여기저기서 자생하는 보랏빛 도라지꽃과 보랏빛 꿀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10월 가을날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섬 전체에 식재한 아스타국화. 야생초를 압도하는 요염한 보랏빛의 아스타는 다년생이기에 한 번만 심으면 해마다 같은 자리에 같은 꽃을 피워올린다. 

다만 국화 종류가 대개 그렇듯 진딧물이 기생하기 쉬워 살충제 도포가 불가피하다. 꽃을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은 상관없지만 손으로 꺾거나, 입에 물거나, 꽃밭에 드러눕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마을주민들은 퍼플교와 일체감을 이루도록 온 가옥의 지붕과 창고, 창틀을 보라색으로 칠했다. 퍼플섬 운영진, 마을주민 할 것 없이 모두가 보라색 복장 일색이다.

담 너머 빨랫줄에는 언제 빨아 널었는지 보랏빛 티셔츠가 가을 햇살을 흠뻑 빨아들이고 있다. 

퍼플섬은 천사대교에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
퍼플섬은 천사대교에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

7개의 섬을 육로로 연결시킨 천사대교

퍼플교가 신안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돋움 한 데는 천사대교의 공이 크다. 2019년 4월에 개통한 천사대교는 전남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며 안좌도, 반월도, 박지도까지 육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앞서 신안 압해도가 목포와 연륙교로 이어진 것은 2008년 5월의 일이다.

천사대교라는 명칭은 전남 신안군의 섬이 1004개인 데서 따왔다. 천사대교라는 명칭에 걸맞게 주탑도 천사의 날개를 상징하고 있다. 

천사대교의 주탑 높이는 가장 높은 것이 195m, 낮은 것이 130m로 높낮이의 차가 세계에서 가장 큰 교량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내 최초로 사장교와 현수교 공법을 접목해 복합교량으로 건설하는 등 색다른 이력을 지니고 있다. 

천사대교는 교량 구간만 7.2㎞. 인천대교, 광안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국내에서 4번째 규모다. 천사대교를 벗어나면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로 길이 이어진다. 향후 비금도, 도초도, 하이도, 하태도, 상태도까지 육로로 연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동백나무 가로수길은 신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동백나무 가로수길은 신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천사대교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섬, 암태도

총연장 10.8㎞의 천사대교를 건너면 바로 암태도다. 압해도에서 암태도까지 배로 1시간 이상 소요되던 거리인데 천사대교 덕에 차로 10분 안에 도달 가능해졌다. 관광객에게나 주민에게나 천사 같은 다리다. 

암태도에 진입하면 ‘에로스서각박물관’ 표지판이 여행자를 반가이 맞이한다. ‘서각’이란 나무에 글이나 그림을 새긴 것으로 부조 개념으로 보면 된다. 도장도 서각의 일종이다. 

에로스서각박물관 역시 천사대교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곳으로, 한 달에 20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에로스라는 명칭이 왠지 쑥스러운 느낌을 전달하지만 실제로 낯부끄러운 작품은 없다. 온 가족이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조각품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 

동백나무로 펌을 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벽화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동백나무로 펌을 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벽화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암태도는 논이 많기로 유명한 섬이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8월, 높은 소작료에 불만을 품은 소작농들이 소작료 인하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국내 최초의 ‘소작쟁의’가 일어난 곳이 바로 암태도다. 

면소재지 부근 ‘암태도 소작인 항쟁기념탑’에 그날의 기록이 아로새겨져 있다. 소작쟁의는 만 1년간 계속되었고 농민의 투쟁은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해 소작료 인하로 이어졌다고 한다.   

암태도 기동삼거리는 자은면, 팔금면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 농약사 담벼락에 인스타그램 최고의 포토존이 자리 잡고 있다. 속칭 ‘파마머리 벽화’가 그것으로 펌을 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벽화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재밌는 것은 담 안쪽에서 자라는 애기동백 나무 두 그루가 두 분의 헤어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퍼플섬 가는 사람 중에 여기서 사진 한 장 안 남기는 사람이 없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자은도가, 왼쪽으로 틀면 팔금도, 안좌도가 나타난다. 

퍼플교의 멋진 배경이 되어주는 반월도 어깨산
퍼플교의 멋진 배경이 되어주는 반월도 어깨산

두 개였다가 하나가 된 안좌도, 반달을 닮은 반월도

안좌도는 원래 안창도와 기좌도 두 개 섬으로 되어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17년, 섬 사이에 놓인 갯벌을 매립해 하나의 섬이 되었다. 안창도, 기좌도에서 하나씩 글자를 따서 섬 이름도 안좌도로 정했다. 

안좌도에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의 고택이 있다. 김환기 화백은 국가민속문화재 251호로 지정된 이 고택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반월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반달 형상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반월도 어깨산(210m)은 퍼플교의 멋진 배경이 되어주는 산이다. 머리 꼭대기만큼 높은 산이 아니라 사람 어깨 정도 오는 낮은 산이라 하여 어깨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자로는 견산(肩山)이다.

반월도와 박지도는 거리가 가까워 형제섬으로 불린다.
반월도와 박지도는 거리가 가까워 형제섬으로 불린다.
박지도라는 명칭을 두고 다양한 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박지도라는 명칭을 두고 다양한 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보라색은 청실홍실을 꿈꾸었던 연인의 넋

박지도는 박씨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고 하여 박지도라 불렀다는 설과, 섬의 형세가 박을 닮았다 하여 바기섬(배기섬)으로 부르게 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는 설이 있다. 반월도와 이웃한 탓에 두 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반월도에 사는 스님과, 박지도에 사는 비구니는 육지에서 연인이었다. 집안의 반대로 혼인에 이르지 못한 두 사람은 속세를 떠나 각기 양쪽 섬에 정착했다. 

두 사람은 바다 건너에 있을 님을 그리며 매일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썰물 때가 되어 갯벌이 드러나더니 두 섬을 하나로 이은 것이다. 

퍼플섬에서는 보라색 의상, 모자, 양산을 착용하면 입장료를 할인해준다.
퍼플섬에서는 보라색 의상, 모자, 양산을 착용하면 입장료를 할인해준다.
청실홍실을 꿈꾸었던 두 사람의 넋이 합쳐져 보라색을 탄생시킨 게 아닐까.
청실홍실을 꿈꾸었던 두 사람의 넋이 합쳐져 보라색을 탄생시킨 게 아닐까.

당장이라도 버선발로 달려 님에게 가고 싶었지만 한 번 발이 빠지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게 갯벌이었다. 두 사람은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가 돌덩이를 갯벌에 집어 던지며 그녀 쪽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돌을 디딤돌 삼아 그가 다가오자 그녀도 용기를 내어 돌덩이를 갯벌에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겨운 작업 끝에 두 섬을 잇는 징검다리가 만들어졌고 두 사람은 바다 한가운데서 만나 감격의 포옹을 나누었다.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지만 떨어지기 싫었던 두 사람은 물이 들어올 때까지 그대로 껴안고 있었다. 물은 다리부터 차올랐고, 결국 두 사람을 집어 삼켰다.  

퍼플교를 건너면서 든 생각은 청실홍실을 꿈꾸었던 두 사람의 넋이 합쳐져 보라색을 탄생시킨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퍼플섬 입장료는 성인 기준 1만원이지만 의상, 양산, 모자 가운데 하나만 보라색으로 착용하면 50% 할인 가능하다. 단 보라색 가방은 해당되지 않는다.

나는 보라색과 비슷한 자주색 의상을 입고 있었기에 할인을 요청해보았으나 거절당했다. 자주색, 와인색은 할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

목포목포수협위판장 인근의 ‘만선식당’은 우럭탕과 송어회를 전문으로 하는 로컬맛집이다.
목포목포수협위판장 인근의 ‘만선식당’은 우럭탕과 송어회를 전문으로 하는 로컬맛집이다.
꾸덕하게 말린 우럭으로 우럭탕을 끓여 국물 색깔이 사골처럼 뽀얗고 진하다.
꾸덕하게 말린 우럭으로 우럭탕을 끓여 국물 색깔이 사골처럼 뽀얗고 진하다.

말린 우럭으로 끓인 우럭탕의 맛 ‘만선식당’

퍼플섬 내에는 커피 정도를 파는 카페가 있을 뿐 식사할 곳이 부족하다. 목포에는 괜찮은 맛집이 많으므로 출발 전에 식사를 해두는 것도 괜찮다. 

목포목포수협위판장 건너편에 자리 잡은 ‘만선식당’은 우럭탕과 송어회를 전문으로 하는 로컬맛집이다. 우럭탕(우럭간국)은 꾸덕하게 말린 대형 우럭을 재료로 하는데 국물 색깔이 사골처럼 뽀얗고 진하다.

국물이 메인이지만 건더기의 양도 풍성하다. 우럭살과 껍질은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도록 되어 있다. 

만선식당은 메인요리도 일품이지만 밑반찬으로 간장게장과 풀치조림이 제공돼 전라도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전라도에서는 어린 갈치를 풀처럼 가늘다 하여 ‘풀치’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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