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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은 한 권의 ‘시집’이 되고

[인터뷰]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은 한 권의 ‘시집’이 되고

  • 기자명 최진섭 기자
  • 입력 2021.05.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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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대림대 사회복지학과 강마을 교수, 첫 시집 출간
아들 잃은 슬픔 문학으로 극복하고 시인 등단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연구실에 만난 강마을(본명 강경범) 시인. ⓒ 최진섭 기자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연구실에 만난 강마을(본명 강경범) 시인. ⓒ 최진섭 기자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과 대림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고 있는 강마을(본명 강경범) 교수가 첫 시집 ‘주소 좀 찍어주세요’를 출간했다.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지 10년, 제3의 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지 5년 만이다.

대학 교수가 시집 한 권 출간한 것이 뭐그리 대단한 일일까 싶지만 강마을 시인의 이번 첫 시집 출간은 남 모르는 아픔과 슬픔, 그리고 애환을 담고 있다. 시인에게는 마치 자식과도 같은 아주 특별한 시집이다.

10여년 전, 강마을 시인의 인생은 한 순간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짧은 시기 수많은 슬픔과 고통의 시간이 찾아왔고, 시인은 삶의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절망 속에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야했다.

강마을 시인의 자랑이자 행복의 근원이었던 큰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것. 그 즈음 아내 역시 투병생활을 시작했고, 이어 3번에 걸친 사업 실패까지 겹치면서 강마을 시인은 점점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갔다.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강마을 시인이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절망의 벼랑 끝에서 ‘시(詩)’를 만났기 때문이다.

강마을 시인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과 독서 동아리를 만들어 짧은 시간 활동한 적이 있지만 다시 문학과 이렇게 깊은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후 이과 계열의 대학에 진학했고, 문학은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었니까요.”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아내마저 병으로 쓰러져 더 이상 기댈 곳이 없게 된 강마을 시인에게 한 편의 시는 어렵게 삶을 지탱하는 생명수나 다름없었다.

강마을 시인의 첫 시집. ⓒ 최진섭 기자
강마을 시인의 첫 시집. ⓒ 최진섭 기자

하루하루가 힘겹기만했던 강마을 시인은 슬픔이 너무 커 고통스러울 때마다 시를 읽었고, 이후 한 편, 한 편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이번 첫 시집 ‘주소 좀 찍어주세요’ 중 ‘엄지손가락’이 바로 떠나간 아들 생각에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당시 아들을 생각하며 쓴 시다.

“아들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갔던 곳이 감포였습니다. 그곳에서 아들과 바다 향을 맡았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들이 사무치게 보고 싶은 날, 아들과 함께 갔던 감포에서의 기억을 떠올려 쓴 시가 바로 ‘엄지손가락’입니다.

또, ‘둥지를 떠나는 철새’ 등 강마을 시인이 생전 아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이 이번 첫 시집에 수록돼 있다.

처음으로 출간한 시집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강마을 시인은 ”아들을 보내고 늘 ‘나는 죄인’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뒤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속마음을 하나씩 글로 적었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시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번 시집입니다. 그러다보니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자식 같은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고 말한다.

강마을 시인은 첫 시집인 만큼 표지를 서양화 화가이자 현 천안계광중학교 교장인 김정태 작가에게 의뢰하는 등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시집 표지의 전체 이미지는 세상의 문을 박차고 우주로 향하는 모습을 형상화했고, 회색 테두리 안의 사진은 얼마 전 세상에 나온 외손녀의 초음파 사진을 넣어 장식했습니다. 시집의 제목인 ‘주소 좀 찍어주세요’ 역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어딘가에 있을 '이상'의 주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마을 시인은 또, 이번 첫 시집에 스무 편의 짧은 에세이를 담아 기존 시집의 형태를 벗어난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강마을 시인은 ”절망의 끝에서 시를 만났고, 이제는 시집을 낸 어엿한 시인이 됐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시를 쓰며,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테지만 늘 죄인이라는 굴레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마을 시인은 "앞으로 시를 쓰는 것은 물론, 피아노 등 악기를 배워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을 찾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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