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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진의 이상한 여행] 반차 내고 갔다 오기 좋은 바다, 오이도

[남유진의 이상한 여행] 반차 내고 갔다 오기 좋은 바다, 오이도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3.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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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등대, 조개구이, 등대빵 등 볼거리‧먹을거리 가득한 곳

오이도의 낙조/사진=남유진 기자
오이도의 낙조/사진=남유진 기자

 전에 날 줄기차게 괴롭히던 직장 상사 한 명이 있었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너 언제 한번 걸려봐라. 그땐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라며 마음속에 칼을 갈았는데 복수의 기회는 쉬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내게 저녁에 술 마시러 간다며 인사하곤 돌아섰다. 나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술 마시고 사고나 콱 쳐버리라지’ 저주하곤 돌아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늦게까지 술 마시고 지하철에서 잠들어 4호선 종착역인 ‘오이도역’까지 갔다 했다. 막차가 끊긴 시간이라 택시 타고 집까지 오는 데 택시비만 7만 원이 나와 기사님께 만 원만 깎아달라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했다. ‘그것참 쌤통이로구나’

굳이 나와 오이도와의 첫 인연을 찾자면 이러했다. 오이도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바다라 자칫 술 마시고 깜빡 졸았다간 눈 떴을 때 아침바다를 맞이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번 4호선 여행은 ‘오이도’로 결정했다. 반차 내고 잠시 다녀오기에 좋은 코스로 가성비가 꽤 뛰어난 여행지다. 대표적으로 빨간등대가 있고 조개구이와 등대빵 등 유명 먹거리도 판매하고 있어 눈과 입이 즐거운 곳이다.

광화문역에서 오이도역까지 지하철로 1시간 40분, 오이도역에서 다시 30분 버스를 타고 가야 오이도에 도착할 수 있다. 위에서 가깝다고 호기롭게 말했건만 또 그렇게 가까운 것만은 같지 않다. 그래도 코로나 시국에 여행 가는 기분을 낼 수 있어 마음은 내내 들떠 있었다.

치즈조개구이/사진=남유진 기자
치즈조개구이/사진=남유진 기자

오이도는 선사시대의 패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조개와 인연이 깊은 어촌마을이며 바닷가 방조제를 따라 조개음식점이 길게 나 있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점심은 가볍게 때우려 했건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지나치기엔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그중 한 곳을 골라 들어가서 치즈조개구이를 주문했는데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게 나온다. 갈매기들의 끼룩끼룩하는 소리를 배경 삼아 바지락, 홍합, 가리비, 키조개를 구워 먹고 끝에 해산물 가득 넣은 라면으로 마무리하니 힘이 불끈 솟는다.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벤치에 앉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여행은 내 발자국을 많이 남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저 하릴없이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때, 내 진중한 고민을 훼방 놓는 녀석들이 있었으니 바로 무리로 몰려다니는 갈매기들이었다. 새우깡을 내놓으라 겁을 주는 것 같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가 피하고 만다.

오이도는 방조제를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길고 곧게 뻗은 자전거길은 라이더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고, ‘옛시인의 산책길’은 중간중간 명시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해놔 지루할 틈이 없다. 햇볕이 따뜻하니 주인 따라 나온 강아지들도 방조제에 누워 낮잠을 즐긴다. 

빨간등대/사진=남유진 기자
빨간등대/사진=남유진 기자

오이도의 랜드마크는 ‘빨간등대’로 색깔 또한 거침없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너른 오이도에서 방향을 잃었을 시 이를 먼저 찾는 게 도움이 된다. 빨간등대는 망망대해 위에 표류하는 항해선 만이 아닌 뭍에서 방황하는 관광객들에게도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엇보다 오이도는 낙조가 예쁜 것으로 유명하다. 해가 뉘엿뉘엿 지자 바다는 꼭 햇빛을 스프레이로 뿌려놓은 양 자연스럽게 물들었다. 걸어선 쉽지 않을 것 같아 자전거로 오이도를 한 바퀴 돌았는데 기분마저 상쾌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해소가 된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앞서 말한 직장 상사에게 퍼부었던 건 그럼 저주가 아니라 축복 아니었을까? 여기에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고 갔을 텐데…. 하는 의문을 뒤로하고 오이도의 명물 ‘등대빵’을 사 집으로 향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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