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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기사] 산과 하늘이 맞닿은 산줄기를 볼 수 있는 ‘계룡산’

[기행 기사] 산과 하늘이 맞닿은 산줄기를 볼 수 있는 ‘계룡산’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3.10 09:27
  • 수정 2021.03.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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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사진=남유진 기자
계룡산/사진=남유진 기자

 집에서 계룡산까지 차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그곳에 가기까지 2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면 누가 믿어주기나 할까. 

계룡산은 내가 아주 어렸을 적 교회에서 쫄랑쫄랑 따라가 본 게 전부였다. 그때 엄마도 함께였는데 줄곧 ‘연천봉에서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꿈길을 걷는 것 같았다’며 그 시간을 추억하곤 했다. 다시 한번 가보자고 약속했는데 그게 벌써 20년이나 지났다니 정말 세월 한번 야속하다. 그동안 엄마는 노쇠했고 나는 장정이 다 되어 이젠 내가 엄마의 눈이 되고 발이 될 만큼 많은 것들이 역전해 있다. 

그렇게 미루기를 몇 해…. 단숨에 짐을 꾸리게 된 건 엄마가 ‘난 이제 나이 들어서 산 같은 덴 못 가지’란 말 때문이었다. 대뜸 ‘설악산에 호호백발 할머니도 다 올라가는데 엄마가 못 가긴 왜 못 가?’란 말로 맞받아치며 계획을 세웠다. 그러니까 이번 산행은 엄마에겐 버킷리스트, 내겐 오랫동안 맘속에만 간직했던 숙원사업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였다. 

계룡산은 대전, 공주, 논산 등 세 개의 시에 걸쳐져 있는 산이다. 경치가 아름다워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으며 삼국시대부터 큰 절이 창건돼 갑사, 동학사, 신원사 등 유서 깊은 대사찰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명산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인지 갑사 주차장은 휑-하니 텅 비어 있다. 예전 같으면 상춘객과 등산객들로 시끌벅적했을 텐데 적막하기 그지없다.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기지개도 켠 다음 등산화 끈을 단단히 동여맸다. 

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여름과 겨울이 특히 예쁜 것 같다. 여름에는 초록이 우거지고 겨울은 흰 눈이 모든 곳에 꽃을 틔우니 어찌 안 아름다울 수가…. 하지만 겨울과 봄의 사이에 있는 3월 초순은 살짝 애매하다. 그래도 자연은 사람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싹을 밀어 올리고 있으니 그 노고에 감동하며 발길을 옮겼다. 

낙엽 더미가 뒤덮은 바위틈을 유심히 살피니 복수초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복수초는 햇볕이 잘 드는 양지와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자라는데 산에서 만나니 더없이 반갑다. 이리저리 보며 카메라로 사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 잔상을 남길 만큼 뭔가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잔상의 주인공은 바로 다람쥐였는데 바라던 도토리를 손에 넣었는지 술에 취한 듯 너무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관음봉에 도착하니 앞서가던 사람이 ‘절경이다!’라며 연신 감탄을 한다. 더는 머리 위로 나무가 보이지 않고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온전히 산만 마주했다. 그러다가 나는 산을 보며 바다를 떠올렸다. 일렁이는 파도가 꼭 이 산을 덮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모든 굽이굽이마다 심해어가 잠들고 헤엄칠 것 같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매우 깊고 조용한 곳 말이다. 눈앞에 펼쳐진 멋진 광경에 넋을 잃고 한참을 쳐다봤다. 

그때 엄마가 바닥에서 뭘 주워 올리더니 “아니, 산에 웬 조개껍데기가 다 있지?” 한다. 나는 바로 “그건 옛날에 여기가 바다였기 때문이지”라고 응수한다. 이 산은 바다의 전설을 간직한 산일지도….

엄마나 나나 산을 가까이하던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산행이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깊은 산속에서도 잘 터지는 스마트폰이 있고 GPS로 정확한 위치 확인이 가능한 등산 앱도 있으니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는데 문득 옛날에는 짚신만 신고 이 산을 어찌 감당했을지 선조들의 위대함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계룡산/사진=남유진 기자
계룡산/사진=남유진 기자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것만큼 힘이 들지는 않았는데 너무 길게 느껴졌다. 마음은 벌써 집이었는데 끝은 왜 그렇게 보이지가 않던지 꼭 희망고문 당하는 것만 같았다. 

이 산을 오르는덴 여러 코스가 있지만, 엄마의 체력을 감안해 가장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중간중간 코스를 변경하기도 하며 갑사 주차장-연천봉-관음봉-수정봉-갑사 주차장으로 한 바퀴 돌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평균 4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우린 느리게 걷고 자주 쉬는 바람에 총 5시간 만에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앞으로 누적된 피로를 푸는데 산행을 하는 것보다 몇 배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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