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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진의 이상한 여행] 연인과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데...

[남유진의 이상한 여행] 연인과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데...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2.18 17:08
  • 수정 2021.03.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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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돌담길 전 구간을 이음으로 이별에 ‘빨간불’
고풍스럽고 예스러운 분위기에 데이트 장소로도 각광

덕수궁 돌담길/사진=남유진 기자
덕수궁 돌담길/사진=남유진 기자

 기자는 이번 ‘남유진의 이상한 여행’ 2호선 편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소개한다. 덕수궁 돌담길이야 워낙 서울의 중심에 있어 많은 이들이 가봤겠거늘 굳이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 코너의 핵심은 ‘이상한’이다. 어떻게 비틀어 생각하느냐가 중요하기에 아무리 대중적인 곳이라도 낯설 수 있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 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이문세의 불후의 명곡 ‘광화문 연가’다. 노래는 이미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그와의 추억이 있는 광화문 네거리를 다시 찾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은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분위기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없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을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이 말이 과연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물론 기자가 솔로라서 격분해 쓰는 글이 아님을 재차 강조하며 헤어진 전 연인들의 필수 코스를 따라가봤다. 

볕은 봄볕인데 늦은 아침부터 눈싸라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칼바람이 불어 손발도 꽁꽁 얼었건만 하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맑고 푸르러 괜히 마음이 살랑이는 날이었다. 

덕수궁을 돌면 바로 나오는 돌담길…. 이 길은 영화,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며 이곳을 배경으로 한 노래도 많이 있다. 큰 돌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담은 높이가 족히 3m는 넘을 정도로 가히 압도적이다. 하지만 위압적이기보단 다정하게만 느껴진다. 

차가 다니지 않고 자전거 도로도 잘 정비돼 있어 보행자를 위한 길만 같다. 거리에는 유모차를 끈 아이 엄마,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 손을 잡고 걷는 연인, 분주히 걸음을 옮기는 학생들 등 많은 이들이 거리를 채웠다. 기자도 그 거리를 채운 사람 중 하나로 눈을 반짝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엔 차가 쌩쌩 다니지만, 이곳은 고요하다. 마치 과거의 미래를 이미지화한 것만 같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길을 덮은 흰 눈은 대비를 이뤘는데 이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워낙 고풍스럽고 예스러운 풍경들에 기자 마음도 꼭 맑은 물로 씻어낸 것 같다. 

서울시립박물관/사진=남유진 기자
서울시립박물관/사진=남유진 기자

그뿐만 아니라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정동극장, 이화박물관 등 많은 문화예술 공간들이 있어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가로수 옆에 있는 독특한 벤치나 각종 조형물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연인들이 이곳에서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 써보겠다. 지금의 서울시립미술관 자리에 대법원과 서울가정법원이 있었기에 이혼하러 법원을 찾는 부부들이 많았다는 것, 돌담길이 이어지지 않고 끊어졌다는 것이 속설의 시작이란 말이 있다. 워낙 많은 연인이 이 길을 걸었기에 확률적으로 헤어진 이들이 많았겠다 싶다. 
하지만 후자가 사실이라면 돌담길은 3년 전 이미 전 구간이 (59년 만에) 모두 연결됐기에 이것을 연인들이 헤어지게 된 이유로 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이곳은 솔로든 커플이든 누구에게나 희망의 길인 셈이다. 독자분들도 일상에 지쳐 유독 어깨가 무거운 날, 덕수궁 돌담길을 한 번씩 걸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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