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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人] 선인장 신발 디자이너 “선인장 잎으로 만들어 친환경적이죠”

[이색직업人] 선인장 신발 디자이너 “선인장 잎으로 만들어 친환경적이죠”

  • 기자명 남유진 기자
  • 입력 2021.02.08 17:13
  • 수정 2021.02.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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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의 중요성만큼 대중화될 것이라 기대

위키드러버 임가영 대표/제공=임가영 대표
위키드러버 임가영 대표/제공=임가영 대표

 선인장을 가지고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임가영 씨는 환경 및 동물윤리 문제에 깊이 고민하다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이 없을까 생각하다 ‘선인장 가죽 신발’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최근 와디즈에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감하며 친환경적인 제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했다. 그를 통해 궁금한 모든 것을 물어봤다. 


임가영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호주에서 시드니 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7년 이상 호주와 유럽에서 건축 디자이너로 활동해왔다. 패션 및 신발 디자인을 너무 하고 싶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열정 하나로 2014년 호주 시드니에 ‘ASHLEY LIM’이란 브랜드를 설립했다. 이후 2019년에 한국으로 기반을 완전히 옮기며 1년 동안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패션 브랜드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해 동물과 환경과의 공존을 고민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라이프 브랜드를 구축해야겠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12월 ‘위키드러버(wicked lover)’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 했다. 첫 제품으로 선보인 제품이 바로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친환경 신발이다.

이번에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시켰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된 건가.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은 디테일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가능하다. 이 특성을 이용해 우리 브랜드의 이념과 이번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선인장 가죽, 캑티드(cactid)로 만든 친환경 제품을 최대한 많은 분께 알리고 싶어 시작했다. 

선인장 가죽 신발/제공=임가영 대표
선인장 가죽 신발/제공=임가영 대표

선인장 가죽 신발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선인장 가죽은 멕시코에서 개발된 신소재로 노팔 선인장의 잎을 가공해 추출한 단백질 파우더를 이용해 만든다. 가공 과정에서 해로운 화학물질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색을 위한 염료도 유기농이다. 부분적으로 생분해되기에 환경에 이로운 제품이며 동물성 원료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비건이다.
이번에 우리가 소개한 선인장 가죽은 신발에 특화돼 특별히 개발된 캑티드(cactid)다. 기능적으로도 10년 이상의 내구성 및 내마모성, 외부 오염에 강해 기존 가죽의 단점을 극복했다는 부분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격 부분에서 싸진 않다. 소가죽 중에서도 고급 소가죽 가격과 비슷하며 다른 합성 피혁과 비교해도 훨씬 비싸다.
식물성인 친환경 소재는 현재 대중화돼 있진 않지만 다양한 원료로 개발되고 있고 환경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더욱 대중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발을 만드는 데 있어 동물 학대와 환경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14년부터 호주에서 여성 슈즈 브랜드를 전개해오며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 부분은 패션산업에서 파생되는 환경 및 동물 윤리 문제였다. 
동물 가죽의 80% 이상을 크롬염이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가공하고 있다. 동물의 가죽을 벗겨 만드는 공정 과정에서 더 빨리, 더 예쁘게 색을 입히기 위해 크롬염을 사용하는데 이 화학물질은 발암물질로 분류될 정도로 인간과 환경에 유해하다. 이에 따라 많은 노동자가 크롬염에 의한 피부염, 암 등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도 그대로 배출돼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또 ‘Peta’라는 국제적 동물권 보호단체에 따르면 성장이 끝나지도 않은 어린 소들을 도축한다고 한다. 특히 가죽 중에서도 비싼 카프스킨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끼 소를 어미 뱃속에서부터 끌어 내 도축한다. 뿐만 아니라 핸드백에 자주 쓰이는 뱀, 타조도 가죽에 상처를 남기지 않기 위해 살아있는 채로 가죽을 벗기는 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가죽 제품을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고 있는 시대, 우리 모두 한번 의식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환경도, 동물도, 인간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소중히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 

신발을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나 기준은 무엇인가.
“Form Follows Function”.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이 한 말이다. 내가 디자인하는 모든 신발에는 이 철학이 담겨 있다. 신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현대인의 바쁜 일상생활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불편한 블라우스는 조금 참고 입을 수 있어도, 발이 아픈 신발은 단 10분도 참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보기에만 예쁜 신발은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가 버려지기에 ‘실용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호주 시드니에 처음 열었던 리테일숍에서 일하던 당시 어떤 호주 여성분이 문을 대차게 열고 들어오셨다. 결제할 때 신용카드를 보니 ‘Lucy Turnbull’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때 호주 수상이 ‘Malcolm Turnbull’이었고, 이 손님은 그분의 부인이자 前 시드니 시티 시장을 지낸 분이었다. 그때 산 신발 중 하나인 실버 로퍼를 신고 나와 호주 대표 경제신문인 Australian Financial Review의 표지를 장식했다. 그리고 직접 내게 이메일을 보내 이 사실을 알려주기도 해 너무 재밌으면서도 감사했던 추억이다. 

선인장 가죽 신발 제작 과정/제공=임가영 대표
선인장 가죽 신발 제작 과정/제공=임가영 대표

신발은 어떻게 제작되나. 
나는 신발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품 기획에서부터, 마케팅 그리고 판매까지 하기 때문에 단순한 신발 디자이너의 역할보다는 좀 더 복잡한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원래 건축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신발도 건축 디자인과 비슷하게 접근한다. 건축은 공간 이용의 용이함 및 이용자의 동선이 고려돼야 하고, 신발에서는 착용감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집을 짓기 위해 건축 디자이너 외 다양한 전문가들의 힘이 필요하듯 멋진 신발 한 켤레가 나오기 위해서는 신발 디자이너의 감성과 디자인 외 다양한 전문가의 손이 필요하다.

2021년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내 비전은 이번에 새롭게 론칭된 위키드러버(wicked lover)라는 브랜드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친환경 및 컨셔스 패션을 좀 더 재밌고 스타일리시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닌 컨셔스 라이프 스타일을 위트 있고 영감적으로 제시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 이 비전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목표는 어벤저스급의 위키드한 팀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친환경 신발 외에도 다른 제품으로 확장해 브랜드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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