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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린의 옴니버스 칼럼] 가수가 돼야지

[이형린의 옴니버스 칼럼] 가수가 돼야지

  • 기자명 이형린 동화작가
  • 입력 2022.09.24 00:00
  • 수정 2022.10.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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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린 동화작가
이형린 동화작가

[뉴스더원=이형린 동화작가] 받는데 서툰 사람들. 

동생이랑 둘이 앉아 더즌 하나 정도는 뚝딱 해치우는 크리스피도넛.

도넛 좋아하는 엄마가 생각나 일부러 조금 떨어진 터미널 점까지 가서 사왔다. 강동면 단구리에는 크리스피는커녕 슈퍼도 10시면 문을 닫는다.

얼마 전까지 더즌1+1 행사를 했던 게 생각나 아직 행사를 하냐고 물었다. 터미널 점 내 매장이라 버스티켓을 보여주면 1+1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동생차로 가는 관계로 버스티켓을 살 이유가 없지만 잠시 고민했다. ‘더즌 하나에 11800원. 젤 싼 대전행 버스표가 3800원. 그럼 대전 티켓을 사고 하나 더 받으면 8000원 이득이군.’ 하는 생각이 들어가지도 않을 표를 한참을 줄서서 샀다.

표 확인을 받고 6개들이 네 박스를 받아드니 왠지 내 자신이 영리해진 기분이 들었다.

쓰지 않을 표를 버릴까하다 문득 그럼 터미널만 이득이지 싶어 줄서 있는 사람들 중에 대전 가는 사람을 주기로 맘먹었다.

"저 혹시 대전 가세요?"

한참을 무슨 암표 파는 사람처럼 묻고 다녔다. 대전 가는 사람을 찾았을 때 마다 사정을 얘기하고 "어차피 전 필요 없고 버릴 거니까 이거 그냥 쓰세요." 라고 말했다.

3명에게 거절당했다.

나 같으면 '앗싸!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을 것 같은데 의외였다. 세 번째 거절을 당하곤 그냥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상했다. 필요 없어서 준다는데.

쓰레기통으로 향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어본 남학생에게 결국 버스표를 주고 왔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학생은 당황했는지 고맙다는 말도 없이 고개만 꾸벅하고 버스를 타러 갔다. 

집으로 오는 길. 기분이 좀 이상하다. 우린 이유 없는 친절을 받을 줄 모르게 된 걸까? 아니면 이유 없는 친절엔 의심부터 해야 하는 세상이 된 걸까?

그냥 버리고 올걸 그랬다. 3800원짜리 버스티켓 한 장에 서늘한 한숨을 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참! 도넛에 설탕을 입히겠다고 처음 생각한 사람은 누굴까? 도대체 그런 천재적인 생각을 한사람이 궁금하다. 진짜 천재.

같이 산다는 것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살게 되는 건줄 알았더니,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살게 되는 건가보다. 그래서 난 동생이랑 사는 건가. 

고장 

오래 전, 내 신춘문예 당선작의 심사평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올해는 이렇다 하게 눈에 띄게 좋은 작품이 없어서 그나마 고른 최종작품 세 개 중에 널 뽑기로 했어.'

진짜 딱 그랬다. '와! 뽑아 줄거면 기분 좋게 뽑아주지. 더럽게 짜게 구네'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와중에 좋은 말은 딱 한 구절 있었는데 “문장의 우수가 있어서”였다. 난 우수의 정확한 뜻이 뭔지도 모르는 똥멍청이라 검색을 했었다. 사실 칭찬인지 어떤지도 몰라서 주변 몇몇 사람에게 물었다. 대충 다 좋은 뜻이라고 했다.

언젠가 동생이 그랬다.

"당신이 쓰는 글은 하나같이 다 슬퍼."

난 나름 가볍고 유쾌하게 쓴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다. 혹시 난 슬픈 사람일까. 그런 거 있잖아. 어딘가 뒷꼭지가 슬픈 사람, 마치 주성치처럼 말이다. 

걱정이다. 내가 슬픈 사람일까 봐. 난 슬프면 안 된다. 슬프면 정말 쉽게 고장 나는 사람이라 슬프면 안 된다.

나의 왼팔 

내 왼팔은 미학적으로만 존재한다. 물건을 들지도 않고, 가방을 매지도 않고, 글씨를 쓰지도 않는다. 오로지 시계를 끼거나 반지를 끼는 데만 사용한다.

우쿨렐레 첫 수업 날 한 번도 일해보지 않은 내 왼손은 G코드에서 무너져 내렸다. 이게 정말 내 손인가. 내 손인데 왜 내 맘대로 안 움직이나. 악력이라곤 없는 왼손은 G코드를 잡으며 달달달 떨었다.

레슨 샘이 못 잡아서 힘들어 하는 사람은 봤어도 이렇게 달달 떠는 사람은 첨 본다고 했다. 내 왼손은 미개척지인 모양이다. 난 그 날 C, F, G, G7코드를 배웠다. 샘이 물었다.

"무슨 노래 좋아해요?"

"힙합이요."

"아. 그건... 음 그럼 다시 해볼까요?"

난 곰 세 마리를 배웠다. 엄마 곰은 날씬 하다는 그 곰 세 마리. 못하는 건 절대 안하는 내가 큰 맘 먹고 못하는 악기를 배우느라 낑낑거리고 있다. 단 둘이 하는 편한 자리인데도 긴장을 해서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저 마스크 좀 벗어도 될까요? 더무 땀이 나서."

"네. 편하게 하세요."

너무 어려 보인다는 말에 냉큼 나이를 말했다. 내 나이보다 너무 어리게 보는 건 싫다.
 
"저 나이 많아요. 마흔 다섯이예요."

"그럼 나보다 여덟 살 어린가. 어머! 너무 애기 같다. 주름도 없고 20대 표정이 남아 있어요. 어떻게 그래요?"

"결혼을 안 해서 그런가 봐요."

"하긴 결혼 안한 사람들은 티가 나요. 좋겠어요. 어려 보여서. 앞으로 20년은 써먹을 수 있겠어요."

의외로 꽤 기분 좋은 칭찬이다. 별로 얼굴 써먹을 일은 없었지만 앞으로 20년은 더 써먹을 수 있다니. 마치 "무릎이 어쩜 그렇게 짱짱해요. 앞으로 20년은 더 써먹을 수 있겠어요."라는 칭찬을 받은 기분이다.

사실 내 무릎도 별로 써먹을 일이 없었긴 하다. 열심히 연습해 오겠다고 말했지만 그게 뻥이 될 거란 건 나도, 샘도 아는 눈치다.

연약한 내 왼손가락 끝은 아직도 얼얼하다. 잘 배울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태어나서 내가 처음으로 못하는걸. 해보겠다고 나선 거다. 굳이 못하는걸 뭐 하려 하나 하던 내가 말이다.

별거 아닌 것에 내 스스로 기특해 하고 있다. 내 왼팔도 할 줄 아는 게 생겼다. 

조커

히스 레저의 조커를 대신 할 사람이 있을까 했더니 호아킨 피닉스가 있었구나.

미친 세상은 비극이 아니라 코미디겠지. 

 

작가의 말 : 사람들은 언제 충분히 살았다고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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