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청년들이여.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청년들이여. 이제 시작일 뿐이다

  • 기자명 장원섭
  • 입력 2022.07.18 00:0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 춘추전국시대 하북성(河北省) 지역에 중산국(中山國)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왕은 평소 재야에 있는 인재를 두루 뽑아 등용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좋은 날을 잡아 각처의 재사(才士)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열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바람에 준비한 음식에 차질이 생겨 양고기 국물이 약간 부족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초청을 받은 선비 가운데 사마자기(司馬子期)에만 양고기 국물이 올라오지 않았다. 사마자기는 자신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은 왕의 처사에 매우 화가 났다. 분을 참지 못한 그는 이웃 강대국인 초(楚)나라로 망명했다.

그는 초나라 왕을 꼬드겨 군대를 일으켜 중산국을 공격했다. 중산국 도성은 함락되고 왕은 사마자기가 이끄는 군대의 추격으로 위기에 빠졌다. 왕이 위기에 처하자 많은 병사가 도망을 가는데도 유독 두 젊은이가 창을 들고 끝까지 죽을힘을 다해 왕을 구해주었다. 두 사람의 용맹스러움에 감동한 왕이 물었다.

“그대들은 왜 이토록 나를 따르는가?” 그러자 두 사내가 대답했다.

“지난날 한 사람이 굶주려 길에서 쓰러졌을 때, 왕께서 우연히 지나가다가 그를 보시고 찬밥 한 덩어리를 주신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왕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왕께서 주신 찬밥 한 덩어리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저희 형제의 부친입니다. 부친께서 돌아가실 때, 훗날 만약 왕께 무슨 일이 생기면 죽음으로 반드시 보답하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사연을 들은 왕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했다.

“베풂의 크기는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받는 이의 어려운 정도에 달렸고, 원한의 크기는 깊고 얕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다치게 했느냐에 있었구나. (與不期衆少 其於當厄 怨不期深淺 其於傷心) 내가 양고기 국물 한 사발에 나라를 잃었고, 찬밥 한 덩어리로 두 용사를 얻었도다.” 『전국책(戰國策)』에 실려 있는 고사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내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가진 것이 많을 때는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지만, 난처한 처지에 놓였을 때 도와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동서고금을 통해 보면 작은 관심과 도움으로 운명이 뒤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위의 고사처럼 양고기 국물 한 그릇 때문에 나라를 잃기도 했고, 찬밥 한 덩어리 때문에 목숨을 구한 예가 바로 그것이다.

정치판이 새로 짜여가는 구도 속에서 여야 모두 젊은 정치인의 행보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한창이다. 혹자는 기득권 세력들에게 이용당한 젊은 세대들이라 하여 희생양으로 보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그들의 서툰 행보로 인한 자업자득이라 진단하여 좀 더 시간을 갖고 인내하며 배우라는 충고를 내놓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나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개혁의 기치를 높이 세우는 순간이 되면, 아무리 공을 들인 인간관계라 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을 헤쳐나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지층이 제대로 조직화 되어 있지 않은 젊은이들이 꺾이고 절망하기 쉬운 이유다.

어느 날 두보(杜甫)에게 친구 아들 간소혜(簡蘇徯)의 소식이 전해졌다. 제법 총명한 그가 깊은 산속 골짜기에 처박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세상을 원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보는 즉시 시(詩) 한 수를 써서 보냈다.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그대는 간소혜를 보지 못했는가(君不見簡蘇徯)」라는 시다.

“사나이 죽어 관 뚜껑을 덮고 나서 성패를 말할 수 있나니, 그대 다행히 아직 늙지 않았거늘, 어찌 산속에서 불우함을 탓하는고! (丈夫蓋棺事始定 君今幸未成老翁 何恨惟悴在山中).”

두보는 말한다. “무서운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이 두메산골에서 청승 떨지 말고, 어서 빨리 세상으로 나가라. 너는 아직 늙지도 않았을뿐더러 살아 있지 않으냐.” 용기를 잃지 말고 노력하라는 충고였다.

여기서 유래된 ‘개관사시정(蓋棺事始定)’이라는 성어는 ‘관의 뚜껑을 덮기 전에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혹독한 정치판에서 힘겨운 승부를 펼치는 젊은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청년 정치’의 싹을 잘라서는 안 된다. 한 번 넘어졌다고 절망해서도 안 된다. 부디 이들이 승부처에서 초심을 지키고 버티면서 살아남아 정치판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

청년들이여. 양고기 국물 한 그릇 때문에 나라를 잃었고, 찬밥 한 덩어리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중산국 왕의 고사를 통해, 베풂과 원한의 크기는 많고 적음이나 깊고 얕음이 아님을 기억하라.

젊은이가 되어 자신의 불운을 탓하지 말고, 털고 일어나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가라는 두보의 충고를 떠올려라. 더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새겨볼 만한 고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잊지 말라. “뿌린 대로 거두리라.”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인 금언(金言)임을.

저작권자 © 뉴스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