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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없어지지 않는 세 가지(三不朽)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없어지지 않는 세 가지(三不朽)

  • 기자명 장원섭
  • 입력 2022.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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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양공(襄公) 24년 조에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덕을 쌓는 일(立德)이요, 그 다음은 공을 세우는 일(立功)이며, 마지막은 말을 남기는 일(立言)이다. 비록 오래되어도 없어지지 않으니 이를 일러 ‘불후(不朽)’라 한다, (太上有立德 其次有立功 其次有立言 雖久不廢 此之謂不朽).”

인간이 살아가면서 남기는 행적 가운데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세 가지’를 지칭하는 말로, 사람이 남긴 덕(德)과 공(功), 말(言)은 죽은 후에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로 오늘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삼불후(三不朽)’가 바로 그것이다.

둥핑(董平) 중국 저장대(浙江大)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칼과 책(이준식 옮김, 글항아리)』에서 삼불후를 “덕을 세우는 것(立德)은 숭고한 도덕적 품행으로 후세의 본보기가 되고, 공을 세우는 것(立功)은 위대한 공적을 세워 길이길이 칭송받으며, 말을 남기는 것(立言)은 독창적 사상을 수립해 후세 사람들을 두고두고 배우게 하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예로부터 그 사람이 하는 말에는 그 사람의 전부가 들어있다고 했다. 그만큼 내뱉는 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가르침이다.

노자(老子)는 “말은 많이 할수록 자주 궁해진다. (多言數窮)”라고 하면서, “아는 자는 말을 아끼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라고 극단적으로 이야기했다.

공자도 “얼굴빛을 좋게 하고 말을 그럴듯하게 둘러대는 사람치고 진실된 사람이 없다. (巧言令色鮮矣仁)”라고 했다. 그래서 『명심보감』에서도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門)이고, 몸을 망치는 도끼(斧)이다.”라고 경고한다.

국정을 운영하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여전히 경박하고 무지하며 무책임한 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이들이 남긴 모든 행동과 말은 소셜미디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는 잘 포장되어 저들의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신을 옭아매는 치명적인 덫이 되기 일쑤다. 그때마다 아차 싶어 ‘실수였다,’느니 ‘본의가 아니었다,’ ‘앞뒤 맥락이 생략됐다’라고 변명해도 이미 없어지지 않는 ‘불후’가 되어있으니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그러므로 평소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국민을 위한 진정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오늘날 우리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북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국민이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그동안 한반도 평화 운운하며 온갖 쇼를 벌이는 동안에도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며 안보를 위협해 왔다.

나라 안팎을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해놓고도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이루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얼굴이 두꺼워도 보통 두꺼운 게 아니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며,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의 그 향기 있음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다산 정약용이 백성을 다스리고 기르는 목민관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를 쓴 『목민심서(牧民心書)』에 들어있는 말이다. 겸손한 삶이 우리의 일상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특히 백성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덕목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언젠가 죽음에 이르지만, 사는 동안 이루어 놓은 흔적은 썩지 않고 영원히 남아 좋든 나쁘든 그 이름을 남기게 된다. 국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자라면 더더욱 나라를 위해 덕(德)을 닦고 공(功)을 세우며 훌륭한 말과 글(言)을 남겨야 한다.

국민을 기만하고 알맹이 없는 헛소리는 삼가야 한다. 자신이 남기는 행적은 영원히 남아 후세에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전방위로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제발 ‘팬덤 정치’에 빠져 서로 저들 탓이라고 우기고 싸우며 편 가르기에만 열중하는 넋 빠진 정치인들을 걸러냈으면 좋겠다.

문밖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보며 옷깃을 다시 여민다.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삼불후(三不朽)’의 가르침이 두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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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ng-su, Kim 2022-05-31 06:59:22
德, 功, 言 삼불후중 덕과 공은 차치하고라도 언만 조심해도 서로가 불신하고 상처받는 일들이 줄어들텐데요...
온갖 잡언이 횡행하는 시기에 잘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한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