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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천하의 주인

[장원섭의 맛있는 역사] 천하의 주인

  • 기자명 장원섭
  • 입력 202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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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장원섭 본지 논설위원, 장안대학교 국제교류원장

[뉴스더원] “큰 도(道)가 행해지는 세상은 천하를 모두 공유(公有)한다.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 관직을 맡겨 믿음을 준다. 사람들은 홀로 자기 어버이만을 모시지 않으며 홀로 자기 자식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편안히 여생을 보낼 곳이 있으며, 젊은이들에게는 일자리가 있고, 어린이에게는 잘 성장할 수 있는 가정이 있다.

과부와 홀아비, 부모 없는 고아, 자식 없는 외로운 이, 불치의 병에 걸린 이도 다 부양을 받을 수 있으며, 남자에게는 직장이 있고 여자에게는 돌아갈 가정이 있다. 재물이 땅에 버려져 있어도 함부로 취하지 않으며, 권력을 가지기를 원하지만 자기만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속임이 없고 도적이 생기지 않아 집집마다 대문을 잠그지 않는다. 이런 사회를 ‘대동(大同)’이라 한다.”

공자가 제자 자유(子遊)에게 당시 사회의 어지러움을 탄식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사회에 대하여 언급한 내용이다. 『예기(禮記)』 「예운(禮運)」 편에 실려 있다.

공자가 원했던 ‘대동’은 만인의 신분적 평등과 부(富)의 공평한 분배, 인륜의 구현을 특징으로 하는 유교의 이상사회, 즉 인간이 천지(天地)는 물론 모든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것을 지향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는 곧 ‘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 하여 천하는 모든 백성의 공유물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중국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쑨원(孫文)이 가는 곳마다 부르짖은 것도 바로 ‘천하위공(天下爲公)’이었다. 그가 그렇게 끊임없이 절규하다시피 한 이유는 무엇일까.

19세기 말, 청나라 지배계층은 부패하고 무능했다.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하며 나라가 망해가는데도 여전히 아편은 저잣거리 깊숙하게 퍼져 있었다. 게다가 청일전쟁까지 지면서 타이완(臺灣)과 펑후(澎湖)제도를 일본에 빼앗겼다.

마침내 그동안 멀쩡한 듯했던 중국의 이면에 숨어있던 종이호랑이의 참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백성은 무기력함에 빠져 있었다. 엄청난 위기감이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쑨원은 이런 위기의 원인을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공(公)’ 의식의 결여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백성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며, 그 중심되는 구호가 바로 ‘천하는 만민의 공유물(天下爲公)’이었다.

우리라고 다른가? 조선왕조 5백 년 내내 양반 지도층은 입만 열면 ‘선공후사(先公後私)’, ‘멸사봉공(滅私奉公)’을 내세워 백성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저들은 권력을 사유화하며 백성 위에 군림했다.

백성에게 나라는 도대체 어떤 존재였던가. 임금은 왜 있으며, 관료들은 왜 있는가.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들에게 ‘공(公)’ 의식이 없는데 하물며 다스림을 받는 백성이 어떻게 ‘공(公)’ 의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오늘날이라고 해서 달라진 것도 없다. 끊임없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사당(私黨)을 만들고 국가 대사를 공약이라 하여 당리당략에 따라 결정하곤 한다. 굵직한 현안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나올 때마다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운 것도 바로 이런 현상의 연장이다.

몇몇 지자체가 서로 사활을 걸고 유치 활동을 벌이던 영남권 신공항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LH공사 개혁안 그리고 국방개혁안 등이 대표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공(公)’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서 탈락한 지자체와 관련 시민단체, 이런저런 연고를 가진 정치권 인사들의 행태 역시 늘 정해져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국회의원들은 물론, 대통령 후보와 장관까지 했던 이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도지사가 삭발에다 단식농성을 하는가 하면, 아예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담요를 깔고 먹고 자며 ‘영웅 놀이’에 몰두해왔다.

사실 이런 방식이 얼마나 유치하고 낯 간지러운 일인지 이들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들끓는 지역 민심에 올라타 선동하려고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쓴다. 당장은 정치적 손익계산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좀 머쓱했던지 변명이랍시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역정서를 달랠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라고. 이렇듯 모두가 ‘떼법(法)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대체 이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한숨 돌리고 나니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번에도 온 나라가 후보자들의 ‘아무 말 대잔치’로 시끄럽다. 표를 달라고 읍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보나 마나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태도가 돌변할 게 뻔할 거라고 생각하니 꼴 보기가 싫어진다. 저들에게 과연 천하는 무엇이며, 그 주인은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어젖힌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산천은 날로 푸르게 바뀌는 봄날이지만 도무지 봄 같지 않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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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ng-su, Kim 2022-05-23 07:21:29
늘 공감되는 칼럼 감사합니다.
정치인들의 공약실행률은 과연 몇프로나 되는걸까요...
선심성 공약 또는 공갈공약으로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정치문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